패러다임의 전환 / 신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구를 보는 순간
터진 웃음은 잠시 후 통곡으로 변했다
스스로 못난 놈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
참으로 오랜만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유연하면서도 금강 金剛과 같은 가치관
내면에 세우고자 애를 썼던
내 청춘은 폭풍 같은 열정보다는
우울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서른이 지나고
또다시 서른이 지난 즈음
모든 걸 포기한 그곳에는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과 함께
히말라야 정상에서의 하산이 시작되었다
더는 추구할 게 없는 여정이지만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오를 때와 다를 바 하나 없다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순 지동설이 체득되는 게 아니듯
나의 깨달음은 새로운 화두로 이어졌다
유형의 몸을 통해 존재하지만
무형의 실상이 살아가는 것임을,
지금 여기란 무시공의 텅 빈 침묵임을,
문득 깨달아 체득하기까지에는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삶에서 깨달음이란
내가 무엇인지
우주가 무엇인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