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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함의 기도

감사함의 기도 / 신타 삶의 현실에 저항하는 것은 신에게 저항하는 것이다 신에게 저항하면 할수록 삶에서의 고통이 지속된다 우리가 염려하는 게 옷과 식량이 아니므로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보다 몸과 생명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라 진정으로 염려하는 것에서 생각을 멈추라 그리고 필요하면 믿어라 필요한 모든 게 이미 내 안에 있음을 내 손에 들려져 있음을 필요할수록 굳게 믿어라 고통을 주고자 함이 아니라 보물찾기 같은 것일 뿐이다 그냥 주는 것보다 숨겨놨다가 찾는 기쁨을 느끼기 위함이다 그러니 믿어라 감사함을 느껴라 감사함을 노래하라 감사함의 기도를 하라

신작 詩 2023.01.26

고요함의 목소리

고요함의 목소리 / 김신타 ㅅ으로 시작하는 사전에는 사랑과 시 그리고 생각 술과 삶이 사탕처럼 수북하다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살다 보니 언젠가 내 삶에도 사랑의 감정과 시가 나타났고 생각하는 게 늘 좋았으며 술을 즐기게 되었고 삶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생활도 낙엽처럼 흔들릴 때가 있었으며 어쩌다 술을 마시면 이내 잠들었다 십수 년 후 혼자 읽으며 눈물 흘렸던 친구가 보여준 신문에 난 시조차 그냥 무덤덤한 글로 보였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사물에 대한 감정도 그저 피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뿐 땡볕에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가 움텄고 어느 해 문득 봄이 느껴졌으며 먼발치서 아카시아 향기가 날아왔다 술을 마시면 시가 활활 타올랐고 삶조차도 ..

詩-깨달음 2023.01.03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이라면 / 김신타 내 뜻이 아니라 나만의 뜻이 아니라 전체의 뜻이라면 온 우주의 뜻이라면 당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세포가 제 뜻만을 고집하여 종기로 도드라지고 종양으로 번져나간다면 나는 그곳을 도려낼 것입니다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져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나는 내게서 모든 세포를 정리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겠지요 그들은 또 다른 세포의 길로 갈 것이며 나는 세포가 필요 없는 곳으로 갈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 것이며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갑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을 수 있겠지만 고름과 암세포의 모습에서부터 또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이제 그만 몸에 순응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개성보다는 당신의 뜻에 따르고자 ..

詩-깨달음 2023.01.02

흰 눈 쌓인 겨울 햇살 아래

흰 눈 쌓인 겨울 햇살 아래 / 신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아무런 흔적 남김없이 돌고 도는 회전목마 계절이 늘 새롭다 기후 변화 때문일까 내가 변하는 때문일까 지구라는 회전목마를 타고 우리는 저마다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어느덧 봄이 새싹 거리고 여름이 해변에서 출렁거리며 가을이 노을처럼 물들고 나면 바람 없는 날 오후 한때 냇가에서 잔물결 바라보며 우리는 서로에게 물들어 간다 계절이 바뀌어도 내가 변해갈지라도 하나로 이어지는 소망 흰 눈 쌓인 겨울 햇살 아래 그대 안에 내가 함께하길 내 안에서 그대 따스하길

신작 詩 2022.12.23

텅 빈 기억

텅 빈 기억 '기대라는 희망'을 포기하고, '포기라는 절망' 또한 포기하는 것. 이게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 즉 양변을 여의는 것이며, 내려놓음이자 내맡김이다. 자신이 무엇을 한다거나 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바이블에 나오는 다니엘 이야기에서 다니엘이 사자굴에 넣어졌을 때 그가 희망을 가졌겠는가? 그 순간 그는 희망을 버리고 모든 것을 신에게 내맡긴 것이다. 다만 평범한 우리들처럼 희망 대신 절망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던 게 아니라 절망조차 기꺼이 내려놓고 오직 신에게 자신의 몸을 내맡긴 것이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말이다. 희망도 절망도 모두 버릴 때 즉 포기할 때 우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대라는 희망을 붙잡고 있는 한, 우리는 포기라는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포기..

깨달음의 서 2022.12.21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 신타 꽃 진 자리에 열매 맺는 것처럼 청춘이 꽃핀 뒤에 삶이 익어간다 아침은 아침대로 붉고 노을은 노을대로 아름답다 열매가 묻혀 씨앗이 되는 것처럼 노을은 다시 동녘에서 타오르며 태양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지구의 회전은 오늘도 멈춤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같다고 느껴지지만 몸이란 오감의 대상인 외부 세계일 뿐 내면이 외려 오감을 감싸 안는다 보이지 않으며 다만 느낄 수 있는 내면이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하나로서 존재하며 진화한다 몸으로 꽃필 때가 있고 열매로 익어갈 때가 있으며 씨앗으로 몸을 버릴 때도 있지만 내면의 생명은 오늘도 타오르는 불씨

신작 詩 2022.11.25

남도로 가는 기차

남도로 가는 기차 / 신타 섬진강 변 어느 안개 자욱한 마을을 지난다 나로서는 모처럼의 일이라 서기 瑞氣 어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동네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상이리라 어느 하나만이 아닌 내 느낌도 옳고 그들의 생각도 옳은 모두를 품은 삶이고 싶다 차창 밖 풍경은 이미 그러한데 내가 그렇지 못할 뿐이다 아침을 비추는 강물처럼 조용한 안개로 피어나리라 생겨났다 덧없이 사라질지라도 그조차 기적 같은 일 아니겠는가 섬진강이 흐르고 전라선 기차가 흐르고 내 마음도 따라 흐르는 곳

신작 詩 2022.11.20

저마다 세상에서

저마다 세상에서 / 신타 저마다 '나'를 빼낸다면 세상에 남는 게 무엇일까 세상을 나 혼자 살 수 없듯 무엇도 나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과 삶이 바로 나이며 내가 곧 세상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저마다의 삶은 나 아닌 게 없는 세상 저마다의 삶 안에서 서로 배역을 바꾸는 것이며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몸과 마음, 영혼으로 살고 있음이다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지구가 도는 것이듯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는 모두 신이자 하나이다 몸이 아니라 내면으로서 하나인

詩-깨달음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