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빨랫줄 신타 세상에서 묻은 때와 스스로 선택한 밤의 그림자 손빨래든 세탁기든 깨끗이 지우고 싶다 힘껏 두들겨 빨아 빨랫줄에 널고 싶다 세상은 날마다 나를 빨랫줄에 넌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이 밝기 전에 몸과 마음에 밴 어둠 새벽처럼 지우고 싶다 애써 지우지 않아도 스스로 아침이 된다면 빨랫줄에 걸린 어둠마저 조용히 빛을 따를 터 빨랫줄 너머 빛나는 아침이고 싶다 신작 詩 2021.11.26
향기 2 향기 2 신타 소국에 코를 대고 향기를 들이마신다 향기를 마시는 건지 숨을 들이쉬는 건지 바람처럼 향기가 담기는 것인지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가을의 향기 마시고 싶어 소국 가까이 얼굴 들이민다 소국을 보며 가을을 가을이 짙어졌음을 느낀다 국화 향기에 내가 계절과 함께 흐르고 있다 국화 향기와 함께 가을이 흘러가는 것일지도 신작 詩 2021.11.26
자유의지에 달린 일 자유의지에 달린 일 / 신타 세상에서 지금 내 삶이 온 우주에서 오로지 단 한번 일어난 일일까 반복되거나 지속될 수 없으며 어쩌다 한 번 있을 수 있는 우연과 우연의 만남일까 우주에서 작디작은 땅덩어리 지구에서의 삶이 전부인 양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 지구에서의 삶이 끝나고 다른 세상에서 만났을 때 서로가 얼마나 계면쩍을까 존재하는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 그대 들어본 적 없는가 날마다 사라진다면 생명은 어디에서 다시 생겨나는 것일까 어쩌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가 그대 또한 마찬가지이며 어느 하나 사라지지 않고 다만 모습을 바꿀 뿐이다 영원한 생명과 조건 없는 사랑 믿음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도 그대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 詩-깨달음 2021.11.24
사랑의 의지 사랑의 의지 신타 지난날엔 나에게 안 좋을지라도 남에게도 안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삶이고자 한다 더는 어리석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지혜로움을 택하는 사랑의 의지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깨달음 몸으로 실천하는 삶이고자 한다 무엇을 위하여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닌 사랑의 존재가 되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다 내가 곧 사랑이 되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사람과 일을 사랑하지 말며 일용할 양식과 풍요를 사랑하자 사랑으로 분칠하지 말고 스스로 빛나는 사랑이 되자 詩-깨달음 2021.11.24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 신타 돌담에 붙어있는 담쟁이잎 어쩌면 우린 모두 세상이라는 담벼락에 고락의 세월 새기다 문득 가을 지나고 겨울 어디쯤 홀로 떨어지는 잎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 다만 잎이 떨어지고 또 다른 무엇이 될지라도 여전히 서 있는 나무처럼 우린 변하지 않는 하나이다 언제나 지금 여기 나를 의식하고 있음이다 몸뚱이가 낙엽 될지라도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일 뿐 사라지는 게 결코 아니다 존재하는 건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 잎새 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 위에서 바라볼 뿐이다 신이 그러한 것처럼 의식은 영원한 삶이자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詩-깨달음 2021.11.24
빨래 빨래 세탁기에서 다 된 빨래를 꺼내다 보면, 검은색과 흰색 옷을 구분해서 넣어야 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흰옷에 검은색 얼룩이 묻기도 하고 색깔 짙은 옷에 흰색 보풀이 달라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얘기만이 아니라, '백로 모인 곳에 까마귀야 가지 마라'라는 말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백로만 검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까마귀도 하얘지는 걸 싫어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시간 동안 빨래를 해왔으며 세탁기를 쓴 지도 제법 세월이 지났을 텐데, 우리는 여전히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소리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외우고 있다. 흰색에서 볼 때는 검은 색이 저쪽이지만, 검은색에서 볼 때는 흰색이 저쪽이다. 흰색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검은색.. 단상 또는 수필 2021.11.24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 돌담에 붙어있는 담쟁이잎뿐만 아니라, 우리 몸도 누구나 마지막 잎새인 것만 같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담벼락에 잎새처럼 붙어 있다가, 가을 지나고 겨울 어디쯤 홀로 낙엽 되어 떨어지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우리가 낙엽이 되어 그대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몸뚱이는 비록 낙엽처럼 사라져 다른 무엇으로 변할지라도, 우리 의식은 나무가 여전히 서 있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무엇이다. 언제나 지금 여기, 스스로 의식하고 있을 뿐이다. 영원히 그리고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이다. 또한 우리 몸과 낙엽도 물질적인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일 뿐,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음이다. 몸은 비록 마지막 잎새 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나.. 단상 또는 수필 2021.11.24
무형의 실상 무형의 실상 우리 눈을 비롯한 오감으로 지각되는 것은, 유형의 실상이 아니라 무형의 허상이다. 유형이 아니라 무형이며, 허상이거나 환영인 것이다. 유형의 실상이 빛 또는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우리 몸에 있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거쳐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물의 본질은 유형의 실상이지만, 우리에게 인식될 때는 무형으로 인식된다. 즉 유형의 실상이 우리 눈에 와닿고 뇌에 담기는 게 아니라, 무형인 빛으로 와닿고 빛에 의한 상으로 바뀌어 담긴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유형으로 인식되는 것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착각일 뿐, 우리 의식 안에는 무형의 허상으로 담겨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유형으로 존재하는 실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마치 환영이거나 허상이었던 것.. 깨달음의 서 2021.11.23
가을의 진폭 가을의 진폭 신타 산들바람으로 시작되는 시월 초순의 가을에서부터 찬 바람 불고 거리마다 낙엽 흩어지는 11월의 하순까지 가을은 추 달린 시계처럼 흔들린다 때로는 봄날이었다가 때로는 겨울 같기도 한 가을이 단풍처럼 물들고 노을이 땅거미 지듯 하나둘씩 낙엽 쌓여갈 때 우리는 쓸쓸함에 흔들린다 출근하는 아침 시간 아스팔트길마다 낙엽들 무리 지어 흩날리는 날이면 지난날의 겨울 떠올리며 힘겨웠던 날들에 대한 기억 옷깃 여미고 종종걸음이 된다 여름의 뒤끝에서 겨울의 초입까지 흔들리는 가을의 진폭은 내 마음의 진폭이기도 하다 평안함에서 불안함까지 사랑에서 두려움까지 신작 詩 2021.11.22
바탕 바탕 신타 사회적으로는 뼈대 있는 집안이 자랑이며 근본과 바탕이 있어야 하겠지만 내가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붓다의 고행이라도 마다 않겠다면 뼈대는 말할 것도 없고 근본과 바탕이 무너져야 한다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대 정녕 알고 싶다면 근본도 바탕도 아니며 근본 바탕은 더더욱 아닌 언어 또는 생각 너머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는 한계가 없기에 언어와 생각에 담기지 않음이다 비록 손톱만 한 것에라도 그대 의지하고자 한다면 손톱이 바로 그대일 뿐이다 우리가 실존한다는 건 감각에 의한 인식임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실존한다는 인식에는 감각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아무런 의지처 없고 마음에 비빌 언덕 없을 때 비로소 각자 覺者가 될 수 있다 모든 감각적 실존에서 벗어났을 때 그대.. 詩-깨달음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