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 손뼉 / 신타 손바닥은 하나다 둘로 나뉘어 있어도 서로 다른 모양이어도 너와 나 같은 하나다 서로 다른 길 돌아 마주치는 손뼉으로 지금 여기 만났어도 너와 나 같은 길이다 마주칠 뻔한 스침 세월의 바람 건너서 지금은 환호성 지르며 손바닥 마주하는 너와 나 멀어지면 남이지만 맞대면 데칼코마니 오래된 부부이면서도 때로는 친구인 것처럼 다르기에 같을 수 있는 같으면서도 다른 모든 왼쪽과 오른쪽 너와 나 우리는 하나다 신작 詩 2021.12.09
공감 공감 / 신타 기분 좋을 때 욕이 나온다는 말 나는 깊이 공감하였다 여럿이 모여 북치고 장구 배우는 날 누군가가 찰밥을 해왔다 찰밥에 식혜에 얼마 전에 한 김장김치에 바라바리 싸온 점심을 먹고 나서 찰밥을 해온다는 말에 넉살 좋게 찾아간 예술단 단장이 한 걸쭉한 입담이다 이런 날은 욕을 해야 돼 아이 씨발 좆같이 맛나네 이걸 반어법이라고 하는지 문학인지 해학인지 몰라도 인생의 바닥을 맛본 사람만이 깨칠 수 있는 여유와 웃음이었다 신작 詩 2021.12.09
울고 웃는 오로라 울고 웃는 오로라 / 신타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는 우리는 모두 환상적인 오로라 북극에서만이 아니라 적도에서도 사막에서도 바다에서도 산정에서도 언제나 볼 수 있는 오로라 진실할 때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거짓일 때는 추하게 보이기도 하는 악수하며 인사하다가 돌아서서 싸우기도 하는 늘 보게 되는 일상이지만 그래서 환상적인 풍경이다 단단한 바위가 날마다 출렁이는 물결이며 끊임없는 세월이 하나의 운동장이라는 사실 내리는 눈송이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세상을 사는 오로라는 언제나 무상 無常하다 무상하기에 아름다우며 환상으로 보이는 것임에도 환상은 허상이라고 착각한다 환상적인 오로라는 실존임에도 세월이 무상한 게 아니라 우리 몸이 무상한 것이며 인생이 무상한 게 아니라 마음이 무상한 것일 뿐인데 詩-깨달음 2021.12.08
무형의 상 무형의 상 / 신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리는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는다 담을 쌓지 않고 벽을 세우지 않을 때 젖과 꿀이 흐르리라 웃음과 인정이 넘치리라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리라 자유의 물결이 파도치리라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버리자 우리는 무형의 상이 아닌 춤추는 허공이자 그림자 없는 빛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다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차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생의 끝에 서 있는 절벽 같은 죽음이란 1막 끝나고 2막 시작되.. 詩-깨달음 2021.12.08
갈증이 사라지다 갈증이 사라지다 / 신타 나를 모르는 끝없는 목마름 사막을 걷는 듯한 방 안에 갇힌 듯한 알 수 없는 답답함은 참기 힘든 갈증이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 제 꼬리 잡으려는 것처럼 모든 것 포기한 채 가만히 주저앉았다 절망조차 사치였다 희망 아니면 절망이라는 어리석고도 오래된 공식 희망도 절망도 내려놓았다 희망이 없는 모든 것 놓은 자리 오히려 절망이 사라졌다 희망도 절망도 없는 두려움의 벽이 사라진 지금 여기 내가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여기 아무것도 없음인 내가 모든 것이기도 한 지금 詩-깨달음 2021.12.08
변치 않는 어리석음 변치 않는 어리석음 / 신타 생수 한 병이라도 마시지 않고 그냥 버리면 죄가 되고 벌 받을 거라는 생각 착하고 선한 게 아니라 자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 뿐이다 생수 한 병 그냥 버린다고 해서 악한 사람인 건 아니므로 작은 것도 아껴야 하지만 죄와 벌이라는 고정관념은 쓰레기통에 아낌없이 버려야 할 벌 받을까 봐 벌벌 떠는 모습이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 곰팡이 핀 낡은 생각일 뿐이다 세상의 변화에는 스스로 적응하면서도 내면의 생각은 변치 않는 착하고 선한 게 아니라 어리석은 것일 뿐인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詩-깨달음 2021.12.08
산삼 산삼 / 신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도는 것으로 보이듯 새싹이 자라고 잎이 피는 것처럼 보일 뿐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해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도는 모습이 바로 허상인 것일 뿐 밖에 있는 게 안으로 모이는 것 처음엔 씨앗이었다가 한 톨 씨앗이 썩어 생겨난 몸뚱이가 허상이라 해서 내가 없는 것이 아니며 밖에 있는 것들이 내 안에서 하나로 연기되는 우주 산삼 한 뿌리에 땅의 기운이 담기듯 나란, 태양을 포함한 우주를 감싸 안는 중심 무형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는 무이며 아무것도 없음이기에 모든 것이기도 한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도는 것이며 무 無인 내가 아니라 보이고 들리는 게 환상인 詩-깨달음 2021.12.08
상처 상처 / 신타 헤집어 내지 않는다면 상처를 겁내지 않는다면 마음의 상처란 언제라도 다시 아무는 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칼로 물 베기라는 듯 아픔으로 다가와도 흔적을 남긴다 해도 모두가 나를 위해 일어난 아름다운 발자취인 걸 그대를 미워함으로써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상처가 진주가 되고 분재로 자라나듯 내 안에서 빛이 되고 아름다운 모습 되리라 지금은 비록 상처 난 아픔일지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그대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그대가 아니라면 누가 사랑으로 가슴을 출렁이랴 아픔도 고마움이어라 상처도 감사함이어라 신작 詩 2021.12.07
반석 같은 희망 반석 같은 희망 / 신타 비빌 데 없는 절망이 곧 바닥이며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 곧 반석이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절망이 바로 반석과 같은 희망이다 무엇인가 있는 게 희망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친 절망이 바로 반석과 같은 희망인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 그게 바로 나이자 무다 무란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나란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도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나이자 무에서 빛과 힘과 평안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모든 것이다 무에서 우주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곧 아무것도 없음이며 아무것도 없음이자 무가 바로 우주 전체이자 신임을 깨닫자 詩-깨달음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