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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존재하는 자

스스로 존재하는 자 우리는 물질적 존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신적 존재도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적잖이 당황하는 분이 있을 것 같네요. 물질도 아니고 정신도 아닌 게 뭐가 있단 말인가 하고요. 바로 그것입니다. 물질도 아니고 정신도 아닌 게 바로 우리 자신이며, 그것을 나는 무 無라고 일컫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일컬어 공 空이라고 합니다만, 공이라는 단어는 무언가가 있다가 지금은 없어지고 공간만이 남아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즉 공이라는 단어는 빈 공간 또는 허공과 똑같은 느낌을 우리에게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래는 있었다가 깨닫게 되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입니다. 그래서 나는 '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없음'이나 '무'라는 단어를 선호합니다. 우리는 '잠깐 동안의 있음'..

깨달음의 서 2021.11.03

이끌림

이끌림 신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일이 일어날 때조차도 신은 이미 안다 내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좋은 때와 이로운 때 맞춰 일이 일어나곤 한다 신과 함께 하는 두려움 없는 기쁜 일상 속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하고 싶은 마음 생길 때 하고 싶은 일 하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일을 하는 것뿐이다 내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좋은 때와 이로운 때 맞춰 하고 싶은 마음 들게끔 신이 나를 이끌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2021.11.02

11월, 귀갓길

11월, 귀갓길 신타 11월의 초순 어둠이 내리는 시간 자전거 타고 가는 귀갓길은 쌀쌀한 것일까 쓸쓸한 것일까 얼른 집안의 온기에 묻히고 싶다 집에 오자마자 보일러부터 틀고 한숨 돌리게 되지만 가로수 아래 쌓인 낙엽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흩날린다 껴입으면 낮에는 덥고 덜 입으면 해거름에 추운 하루하루가 다른 날씨 옷 맞춰 입기가 성가시다 늦가을이 들어서는 날쯤엔 나무에게도 갱년기일까 이유없이 잎마다 붉어지고 나날이 가벼워지는 몸과 마음 세상사 내려놓고 부는 바람따라 어디론지 정처없이 흔들리고 싶다

신작 詩 2021.11.01

감각 유산

(모리스 수탉) 감각 유산 / 신타 문화유산이라는 말 익숙하지만 감각 유산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말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낯선 서구인들 수탉 우는 소리 워낭소리와 두엄 냄새 이른 아침 트랙터 소리까지 감각 유산법 만들어 보호한단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는 법이라는 합리주의만 있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속담은 없는가 보다 하긴 교회가 있었고 절은 없었지 그렇다면 거긴 교회가 싫으면 신부가 아닌 교회가 떠난다는 속담이라도 있는 걸까

신작 詩 2021.11.01

길가에 선 가을

길가에 선 가을 신타 은행잎 간간이 샛노랗고 느티나무 단풍 한창인데 벚나무 벌써 잎이 지고 없다 먼 산 여전히 푸르지만 가로수에 핀 단풍잎 시월처럼 아름다운 까닭은 매연 때문이 아니라 수없이 오가는 자동차의 떨림 음파의 진동 때문이 아닐까 스칠 때마다 전해지는 흔들림 나는 느끼지 못해도 가벼운 그들은 알리라 흔들리는 잎새가 일찍 철이 드는구나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부르기만 해도 눈물 떨굴 듯한 나는 너를 시월이라 쓰고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 읽는다 가슴 시린 시월의 마지막 날 단풍 든 잎새처럼 나는 네 생각으로 흔들리곤 한다

신작 詩 2021.10.30

봄 안부 / 강인호

봄 안부 / 강인호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찾아갔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엷어져서는 어느 날 푸른빛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속에 스며들었을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무 아래서 당신 생각입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저 분홍빛이 그대와 나 우리 가슴속에 찾아와 머물다 갈 건지요 잘 지내 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좋은 생각」 2009년 4월호에서

애초부터 없었던 나

애초부터 없었던 나 우리는 기억 속의 나를 자기 자신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왕년에 잘 나갔었지."라고 말할 때의 나는 '과거의 나'이며, 또한 그러한 과거의 나를 떠올리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우리는 '현재의 나'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의 나 역시 기억 속에 있는 나일 뿐입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우리는 기억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진실로 나는 '기억 속의 나'가 아니라 기억 자체입니다. 기억 자체, 느낌 자체, 생각 자체가 바로 존재 자체로서의 나입니다. '기억하는 나', '느낌을 느끼는 나', '생각하는 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아나 참나가 아니라 '기억 속의 나'를 말함입니다. 존재 자체를 자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억 속의 나'란 관념으로서의 나를 뜻하..

깨달음의 서 2021.10.29

살며 사랑하며

살며 사랑하며 신타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라면 언제라도 어디라도 좋아요 나 그대와 함께할 수 있다면 고통의 삶도 기쁨일 거예요 천국이 지금 여기일 거예요 그대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끊임없는 사랑의 파도이며 잔잔한 기쁨이기도 합니다 그대와 함께하는 지금 여기 구름 위를 비추는 태양처럼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순수 환하게 타오르는 빛의 향연 영원한 사랑의 빛일 거예요 그대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끊임없는 사랑의 파도이며 잔잔한 기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다

우리는 모두 하나다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에 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처럼 내가 전체로부터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합일된 느낌을 얻을 때, 이게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이고, 힌두교에서 말하는 지복至福이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救援이다. 전체 즉 신 또는 우주와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거나 육체를 가진 내가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며 무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게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고해苦海의 삶이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옥地獄의 삶이다. 이와는 반대로 분리가 없어지고 합일된 느낌 또는 하나 된 느낌이 들 때 우리는 고독감이나 외로움에서 벗어나며, 이게 바로 여러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극락이..

깨달음의 서 20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