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진 밤 달무리 진 밤 신타 산길 오르다 보니 둥근 달 옆에 그리움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나뭇가지 그림자도 설움이며 스치는 바람조차 아픔입니다 환한 웃음 옆에 눈물 한 방울 별이 되어 떨어질 듯하고 어둠 속에 감추어진 눈물 별처럼 반짝입니다 달무리 진 밤, 내 사연은 꺼내 보지도 못한 채 애써 참는 나뭇잎이 전하는 달빛 그리움에 나도 그만 눈물짓고 맙니다 (자란 김석기 2009) 詩-사랑의 느낌 2021.09.23
소유의 패러다임 소유의 패러다임 신타 등산이나 여행 가고자 할 때면 아무렇게나 둘러매던 배낭 돈 주고 산 것이기에 타인으로부터 내 것임을 인정받았기에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소유로 여겼다 넣을 게 많을 땐 조금 더 컸으면, 적을 땐 조금 더 아담했으면 그의 능력 이상을 요구하곤 했으나 내가 누구의 소유가 아니듯 그도 내 소유가 아님을 알았을 때 나는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처음으로, 사랑으로 히말라야 같은 고봉은 산이 허락해야만 오를 수 있다는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등산 배낭도 지금까지 그가 허용했기에 쓸 수 있었던 것임을 나는 소유에 대한 패러다임의 혁명을 느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듯 배낭도 세상에 존재하며 이 세상 무엇도 누구의 소유가 아닌 모두가 홀로 존재하는 것임을 깨달았을 때 나를 사랑하듯 그를 사랑하며 그에.. 詩-깨달음 2021.09.23
사랑의 용광로 사랑의 용광로 / 김신타 그와 그녀 남자와 여자는 살로써 살을 느낀다 손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몸뚱이가 비록 꿈 같고 이슬 같고 환영 같다 해도 지금은 실존이 아니던가 언젠가 안개처럼 사라질지라도 헤어지고 나서도 여운이 느껴지는 감촉 마른오징어처럼 여전히 씹히는 기쁨 20대 탱탱한 과육이 40대 원숙함에 절여지고 60대 이르러 효소가 되었는지 영육간에 걸림이 없다 우리는 돌아온 청춘 기준이 있지만 내세우지 않으며 스스로의 잣대에 구속되지 않는 다시 태어나는 순수함 육체적 사랑을 신의 선물로 영적 사랑을 영혼의 기쁨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깨어남 그곳에 삶의 기쁨이 있다 홀딱 벗은 침대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사랑 불안도 미움도 녹여 없애는 신성 가득한 용광로 詩-사랑의 느낌 2021.09.22
패러다임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 / 신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구를 보는 순간 터진 웃음은 잠시 후 통곡으로 변했다 스스로 못난 놈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 참으로 오랜만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유연하면서도 금강 金剛과 같은 가치관 내면에 세우고자 애를 썼던 내 청춘은 폭풍 같은 열정보다는 우울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서른이 지나고 또다시 서른이 지난 즈음 모든 걸 포기한 그곳에는 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과 함께 히말라야 정상에서의 하산이 시작되었다 더는 추구할 게 없는 여정이지만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오를 때와 다를 바 하나 없다 모든 게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해서 일순 지동설이 체득되는 게 아니듯 나의 깨달음은 새로운 화두로 이어졌다 .. 詩-깨달음 2021.09.16
아이처럼 살기 아이처럼 살기 신타 몸은 따로여서 자유로우나 바탕은 하나여서 얽히고설킨 너와 나,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배가 고프면 내가 먹어야 하지만 배가 부르면 남도 생각할 줄 아는 미리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 내일과 일 년 후를 대비한다 해도 십 년 후 백 년 후를 미리 준비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나 혼자 모든 걸 걱정하기보다 신의 사랑 안에서 걱정을 모르는 철부지 같은 어른의 삶 살아가리라 詩-깨달음 2021.09.15
기타와 자동차 기타와 자동차 신타 처음 보는 기타를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도 막무가내 이 방 저 방 끌고 다니며 부딪는 손자의 모습 지켜보는 고영조 시인의 시˚를 읽다가 자가용을 처음 장만했던 때를 회상한다 집 대문을 들어서노라니 다섯 살 난 딸 아이가 제 또래 친구들과 승용차 지붕 위에 올라가 구르는 모습에 놀라 "앞으로 여기서 놀면 안 돼!" 엄한 표정 지으며 나무라던 이십여 년 전의 기억, 재물 앞에 겁먹은 내 모습과 놀란 딸 아이의 재빠른 동작 촉촉한 눈물 번져온다 소유를 모르는 어린 딸에게 내 목소리와 표정은 그의 삶에 어떤 흔적이 되었을까 신작 詩 2021.09.11
지리산 업둥이 지리산 업둥이 홍 준 경 섬진강 변 태어난 이 몸 지리산이 업어 키웠어 산수유 시인이 된 건 오롯이 탯줄 힘이지 정성껏 섬겨 살아야 해 나를 낳고 키운 구례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11
멸치는 칼슘이 아니다 멸치는 칼슘이 아니다 신타 밥 먹다가 멸치조림 집으며 아이들에게 칼슘이 많은, 영양가 있는 것이므로 많이 먹으라고 얘기하는 엄마 하늘을 바라보던 중, 여자가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게 보여요'라고 말하자 '그건 대기가 안정되어 지상의 먼지가 높이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라고 자상하게 설명하는 남자 멸치는 멸치일 뿐 칼슘이 아니다 신작 詩 2021.09.09
가을 강 에필로그 가을 강 에필로그 홍 준 경 삽상颯爽한 가을바람 허리춤 파고든 오후 여울목 뛰는 은어 떼 하강 바삐 서두른다 또 한해 갈무리하는 저문 강의 에필로그. 시조의 율려(律呂) 2021.09.08
감정의 윤회 감정의 윤회 모든 우월감은 열등감에서 나온다. 그래서 스스로 깨달은 사람이라는 우월감을 갖고 있다면, 그는 여전히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음이다. 즉 열등감이 없는 상태에서는 우월감이 저절로 사라지며, 우월감이 없다면 그의 무의식에 있는 열등감도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충만함과 기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우월감이 있는 한 열등감이 남아있는 것이며, 열등감이 있는 한 우리는 자유로움과 충만함과 절대적 기쁨을 느낄 수 없다. 기껏해야 우월감에 의한 상대적 기쁨에 빠졌다가 다시 우울해지는 감정의 윤회를 경험할 뿐이다. 감정의 윤회에서 벗어나는 기쁨 즉, 깨달음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육신의 윤회를 반복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깨달음이란 어떤 사실을 .. 깨달음의 서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