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리고 또

파리 목숨

신타나 2010. 7. 3. 23:59

 

         파리 목숨

 

 

파리채에 강타당한 벽에

붙은 파리가 내장이 터진 채

손바닥을 모아 빌고 있다.

그도 거기에 있을 필요가

있어 그곳에 있으련만

왜 파리채에 맞아 죽어야 하는지

왜 그는 모기와 함께 동정을

받을 수 없는 동물인지?

어쩌면 강아지보다 더 오랜

세월 사람과 더불어 살았을 텐데

아직도 서로는 정을 붙이지 못해

파리채를 장만한 여름이면

중무장한 군인처럼 뿌듯하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고지를 넘나들던 그가

무공훈장이 아닌 파리 목숨이라니?

 

 

자란 김석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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