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사랑
신타
맑은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
흙탕물이 가라앉는 게 아니라
흙탕물 속에서도
스스로 맑은 물임을 자각하는 것
맑은 물은 결코
흙탕물이 된 자신을
자책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흙탕을 만든 폭우를 탓하지도 않으며
진흙더미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흙탕물을 멀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세상 속에서 세상을 비추는
앞에 서서 길을 밝히는 등불
맑은 물이 되고자 할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맑은 물의 영혼이며
폭우도 진흙도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내 몸과 똑같은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