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육갑 六甲

신타나몽해 2021. 10. 2. 17:19

육갑 六甲


2020년 올해 내 나이가 일갑(一甲)을 지나 세 살인데, 1갑이 육십 년이니 5갑이면 삼 백 년이다. 나는 한 삼 백 년 즉 5갑을 살다가 적당한 때 육갑을 떨지 않고 또 다른 세상으로 가서 태어나련다. 지구상에서 죽는다는 게 곧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며, 거기서 새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병신 육갑한다'라는 말이 전해져 오는데, 이는 몸과 마음에 병이 든 채 그래도 오래 살고자 애쓰는 사람을 흉보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5갑까지만 살련다. 그것도 몸과 마음에 병이 없을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오갑(五甲)을 사는 중에 몸과 마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존경하는 스콧 니어링 선생처럼 금식을 통하여 언제든지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리라. 그는 월남전 참전에 반대하는 글을 쓰다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닉슨 정권의 미움을 받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학교수직을 내던지고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던 중,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는 100세가 되던 해 자신의 생일날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명료한 의식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분이다.

또는 3주 동안 물도 안 마시는 단식을 다시 한번 해보리라. 수년 전에 1주일간 물도 안 마시는 단식 이후 비정제 흑설탕을 탄 물을 마시며 5일간 추가로 단식했던 경험을 되살려서, 이번에는 물도 안 마시는 단식 1주에 이어서 과일 원액을 물에 타 마시는 단식 2주를 완성해 보리라. 그래서 중도에 죽는다고 해도 좋은 일이고, 끝까지 가서 프라나식 즉 호흡식을 하게 된다 해도 좋은 일일 테니 말이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내 나이는 1갑 하고 이제 세 살이다. 나는 앞으로 육십을 넘겨 나이를 세지 않으리라. 육십이 넘어서부터는 다시 한 살부터 나이를 세어 나갈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내게 나이를 묻는다면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리라. 세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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