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주홍글씨

신타나 2021. 10. 21. 02:02
주홍글씨

신타


어머니!
어머니!
당신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러듭니다

'지 애비 닮아서 그렇다.'는
열 살짜리 가슴에
가슴에 새긴 당신의 주홍글씨

어느덧 오십 년 세월이 지난 이제
당신을 탓하고 싶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나를 자책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연두색 이파리에 그어진,
칼자국 이제는 지우고 싶습니다

두 손 마주 잡은 채 서로
무릎 꿇은 당신의 사과는
굳은살이 된 제 상처를 희미하게
그리고 마침내 사라지게 합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아스라이 멀지만
어쩌면 오래전부터 당신은
제 가슴속에 머무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당신의 손길이 아닌 저 스스로
두려움의 안개를 헤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걷고자 했던
그 길 위에서 저 역시 말이에요


[2014년 자운선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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