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고요함의 목소리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3. 1. 3. 00:33

고요함의 목소리 / 김신타


ㅅ으로 시작하는 사전에는
사랑과 시 그리고 생각
술과 삶이 사탕처럼 수북하다
시작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살다 보니 언젠가 내 삶에도
사랑의 감정과 시가 나타났고
생각하는 게 늘 좋았으며
술을 즐기게 되었고
삶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생활도
낙엽처럼 흔들릴 때가 있었으며
어쩌다 술을 마시면 이내 잠들었다
십수 년 후 혼자 읽으며 눈물 흘렸던
친구가 보여준 신문에 난 시조차
그냥 무덤덤한 글로 보였다
사람과 동물
식물과 사물에 대한 감정도
그저 피할 수 없는 대상이었을 뿐

땡볕에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만남과 이별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가 움텄고
어느 해 문득 봄이 느껴졌으며
먼발치서 아카시아 향기가 날아왔다
술을 마시면 시가 활활 타올랐고
삶조차도 내가 살아가는 게 아니라
가슴에 이끌리는 것임을
고요함의 목소리 따라가는 것임을

삶의 충동이 일어날 때
내가 잘났다고 내가 옳다고
버티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희망의 파도가 물거품 되었을 때
이젠 끝났다고 다 끝이라고
절망의 벽 붙잡지만 않으면 될 일이었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절망
절망조차 포기할 수 있을 때,
포기란 배추를 위한 것이었다

"고요하라,
그리고 내가 신임을 알라"*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바로 나이자 신이다
삶의 충동은
밖에 보이는 물질에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울리는 속삭임이다
고요할 때 비로소 들리는

* '내 안의 나' (저자, 조셉 베너) 구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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