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그리고 태양초 / 나신타
망사 매트 위에 널린 홍고추
날마다 속이 투명하게 빛난다
내 키만큼 올라오는 매운 냄새
장마가 끝난 팔월의 햇살에
겉이 아닌 속에서부터 익어간다
붉고 매운 고춧가루는 어쩌면
태양 셀로판지를 가루 낸 것일지도
맵거나 쓴 것을 먹고 마시듯이
행복이란 고통을 즐기는 것이다
여름 한낮 파도타기가 그렇고
눈 내리는 겨울철
스키 타는 게 그렇지 아니한가
고통조차 받아들일 때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거기 있다
그러므로 고통을 거부하지 말라
행복을 수용하는 것처럼 수용하라
고통을 겁내지 않고 친구 삼는 것
바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고통이란 행복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속품에 해당한다
쓰디쓴 커피 또는 한약일지도
자기가 좋아하는 기호품
또는 몸에 좋은 약으로 생각할 때
고통은 우릴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
그러니 고통을 멀리하지 말라
행복으로 이끄는 안테나이다
마음속 깊이 고마워해야 할
동반자이거나 이웃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