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신타나 2024. 10. 10. 15:28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 김신타


지금보다 삼사십 년 젊어서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고
무던히도 거듭거듭 생각했으나

이제는 부끄럽지도
부끄럽지 않지도 않은 삶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마음이면서도
또한 보람 있는 삶이고 싶다

무표정한 걸음이지만
만나는 사람을 향해 웃음 띤 얼굴에
흰 구름처럼 떠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천사의 날개이고 싶다

이제는 젊었을 때처럼
생각 속에서조차 '나와 남'이 있고
내면에서조차 '나와 너'가 있는
나뭇잎처럼 매달린 삶이 되고 싶지 않다

부끄럽지도 않고
부끄럽지 않지도 않지만
죽음과도 같이 나만을 걱정하는
관 속에 갇혀 있는 삶이 되고 싶지 않다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이 되자
내면으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신과 함께하는 삶이 되자

더는 자신을 스스로 단죄하지 말자
자신과 함께 타인을 비난하지 말자
잘함도 잘못함도 모두가
자신을 비롯한 사람의 판단일 뿐
부족한 우리 인간의 판단일 뿐

부족한 것도 없고 필요한 것도 없는
전지전능한 신이 왜
부족한 인간을 판단하겠는가?
무소불위의 신이 왜
무엇을 비난하고 무엇을 원망하겠는가?
모두가 다 우리 인간의 생각 놀음이다

믿으라
우리는 천상에서 와서
천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임을
누구나 신으로부터
신과 같은 능력을 부여받았음을
우리는 누구나
신으로부터 이미 사랑받고 있음을

믿으라
천상에 천국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가 천국이요
때로는 지옥일 수 있음을
천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지상에서 몸으로 경험해 보는 것임을

들으라
몸이라는 관 속을 벗어난다면
거기가 곧 천국이요 천상임을
지상에서 맛보는 천국이자 천상임을
몸이 곧 자신이 아님을 깨달은,
무아를 깨달은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기쁨임을

들으라
눈에 보이는 세상에는 내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임을
나는 내면에서 오직 신과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유한한 대상을 벗어난
무한한 주체라는 사실을
개체를 벗어난 전체이자
근원이며 절대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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