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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신타나 2025. 4. 23. 22:39

꽃비 / 김현희


꽃비 내리는 한밤의 네온사인
횟집 창으로 보이는 연어회 몇 점
술 한 잔을 외치는 근질근질한 목구멍

처마 밑 빗소리는 에밀레종 소리
툭 두둑 유통기한 지난 술의 유혹
냉장고에서 삭혀진 홍어

꽃비는 술을 부르고
황혼의 오만과 기쁨을 노래하는
진흙에 떨어진 꽃송이

흐린 불빛 아래 놓인 빈 의자
식어가는 냄비와 젖은 재떨이
말없이 저 혼자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