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11

괘씸한 그가 바로 나다

괘씸한 그가 바로 나다 / 김신타동네 지날 때면 보게 되는예전에 함께 모내기 작업했던아파트 담장 옆에 쭈그리고 앉은정신이 좀 이상해진 듯한 그 남자독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사회복지관 직원이 어느 날 내게복지관에서 자꾸 얘기가 나오면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이유를 묻지도 않았던 괘씸한 그 여자오늘 문득그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혹시나 내게 말 걸어올까 싶어괜히 피하고 싶었던 그가 바로,어쩌다 복지관에서 눈에 띄면멀리서도 꼴 보기 싫었던 그가 바로나라는 사실이 가슴으로 다가오면서추레한 그의 모습 가깝게 느껴지고그에 대한 괘씸함 조금은 무뎌진다내 모습이 그렇게 추레할 수 있고나 또한 그렇게 괘씸할 수 있음에

신작 詩 2025.04.11

봄날의 한때

봄날의 한때 / 김신타며칠 전만 해도 조용하던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던 숲길어느새 벚나무가 눈을 뜨고단풍나무가 입을 열었다소리에서 풍경으로 바뀌고숲길과 뚝방길이 이어지며시작과 피어남과 끝맺음이함께하는 우리네 인생살이바람이 조금은 찬대숲 스치는 소리 하나봄볕 따라 난 테크로드 아래냇물 함께 흐르는 뚝방길 걷는다숲속의 고요도냇가의 한가함도겨울의 침묵도봄날의 아우성도반짝이는 노란 개나리처럼모두가 반가운 이름들살구꽃도 매화도 다 함께활짝 웃는 봄날의 한때

신작 詩 2025.04.09

신비

신비 / 김신타있음이 자유가 아니라없음만이 텅 빈 자유누릴 수 있음이다있다는 것 자체가하나의 제약이기 때문이다자식과 부모가 그렇고 몸이 그렇다내가 몸으로 살아있다는 것에때로는 기쁨과 감사함 느낄 때 있지만견디기 어려운 무거운 짐일 때 있지 않았는가?그런데 희소식은내가 바로 없음이라는,없음의 있음이라는 점이다내가 아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오감과 생각과 느낌으로 알 수 있지만나라는 건 무엇으로도 깨달을 수 없는 신비스스로 나를 알 수 없어도내가 존재한다는 신비, 감사할 뿐이다모르기에 오히려 더 담대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삶이 삶 아닌 것으로 이루어지듯나는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졌다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졌기에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은나일 수가 없음이다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내가 아닌 것은 아무..

詩-깨달음 2025.04.07

생명

생명 / 김신타생명이란 아름답지도아름답지 않지도 않다보이는 몸이 아니라 우리는보이지 않는 생명인 동시에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영원한 삶이기 때문이다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생명으로부터 나온 것이다보이는 모든 것과 함께보이지 않는 모든 것인생명이 아닌 것은 지상에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것은생명과 함께하는 물질이다생명의 기운을 북돋우는적어도 동반자인 셈이며물질적 물리적 체험을 위한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2025.04.06

생명의 기쁨

생명의 기쁨우리는 '생명'과 '생명 아님'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달리 표현한다면 삶과 죽음이 있거나 또는, 생물과 무생물이 있다는 고정된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라면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신이란 생명 그 자체이다. 모든 게 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신이 생명 자체라고 하는 말에 대하여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우리의 지금 삶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가 궁금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 반응일 테고.우리가 인식하는 이 지구상에는 오로지 생명만이 존재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삶 (또는 생명)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생물과 무생물이 똑같은 물질 현상일 뿐이다. 피가 흐르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몸뚱이나, 수액이..

깨달음의 서 2025.04.04

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처 / 김신타마음에 난 상처는며칠 지나면 아무는살갗에 난 생채기 아닌뼈가 부러져 폐에 박히는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는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인 것이다아프지만 아프지 않은참기 어렵지만 참을 수 있는급성에서 만성이 되어 가는 통증어찌 보면 어린아이 같은참을성 없는 사람의 투정처럼혼자만은 견디기 힘든 마음의 상처누군가와 나누어야 한다동병상련의 위로를 받아야 한다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신작 詩 2025.04.04

칼로 물 베기

칼로 물 베기 / 김신타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임사체험이니 영성 카페니 해도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미물인 인간이 깨달아 봤자지충고컨대 일장춘몽 같은 꿈에서깨어나시길 진정 바랍니다당신이 가는 길이 어떤 길이든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당신과 함께하는 동안 받은 위로가내게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거예요잘 지내 주어요내가 아니어도 당신의 봄 아름답기를…그냥 충고 같은 말 전하고 싶었는데이렇게 결말이 나는군요난 누구든 사랑할 자격이 없나 봐요다시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워요두려움조차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세요그런 두려움이 자꾸 두려움을 끌어올 뿐입니다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결과적으로 당신을 혼자 남게 할 것입니다두려움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요

신작 詩 2025.04.03

욕망과 탐욕

욕망과 탐욕탐욕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를 (그것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자주 목격하기에 우리는, 지상에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조차도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망이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받게 되는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이다. 이 아름다운 욕망이 없다면, 우리 인간의 생존은 물론이려니와 지구라는 물질 우주조차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도, 꽃이 피고 지는 것도 하나의 욕망이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식욕·수면욕·성욕 등이 없다면, 우리는 개인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도 종족을 이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탐욕이 좋지 않은 것일 뿐 욕망이란 이처럼, 우리가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몸과 마찬가지로 참으로 아름다운 선물임이 ..

깨달음의 서 2025.04.03

동병상련 同病相憐

동병상련 同病相憐 / 김신타나를 치유하는 길이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내가 받은 상처와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그들을 돕는 게 나를 위하는 길이다나만이 알 수 있기에나만이 보듬어 낼 수 있기에상처를 상처로 되갚는 일은아픔을 아픔으로 보상받는 일은내 상처와 아픔을 덧나게 할 뿐이다고통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용서뿐이다어쩌면 우리는용서의 감정을 느끼고자지상에 다시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쉽게 용서가 안 된다면 눈을 감은 채마음속에서 그를 난도질해 죽여보자누구에게 무엇에게도아무런 피해 주지 않은 채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동병상련의 마음으로살아가는 기쁨을 느껴보자

신작 詩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