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눈물이 안 배인 웃음이 얼마나 메마른 것이며
슬픔을 모르는 기쁨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비겁을 안 거친 용기가 얼마나 무모한 것이며
패배가 전무한 승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참담을 안 겪은 은총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눈물은 많아도 늘 웃는 모습으로
슬픔처럼 잔잔한 기쁨을 간직한 채
비겁함을 동정하나 억누름에 분노하고
패배로 만들어진 승리를 다듬어 가며
지난 시간의 참담이 곧 은총이 아닌가 생각하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오늘도 누군가와 싸우고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힘센 자에게 고개 숙이다가도
'나의 운명은 왜 이럴까?' 스스로 눈물지으며
神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던 그에게
깨달음의 언어가 햇살처럼 빛난다.
- 우리의 행, 불행…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의 운명이요
또한, 그대로 자연이라 -
'93 어느 가을날 대전엑스포장에서. 자란 김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