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3

무서움이 바로 신이다

무서움이 바로 신이다 화장실에서 깜깜한 창고 쪽으로 난 쪽창에 설치된 방충망. 방충망에 생겨난 구멍을 메꾸기 위해 붙여둔 노란 색 박스 테이프.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아니면 세면대 앞에서 양치질할 때마다 눈에 띈다. 옆눈으로 보이는 노란 색이 신경 쓰인다. 무서운 마음일 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른 한 생각! 내 마음에 들어선 무서움조차 그게 바로 신 神이라는 생각이다. 무서움이 곧 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에 들어있던 무서움이 사라졌다. 신은 내가 어렸을 적이나 지난날의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이제는 친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이 바로 내 근원이자 나 자신이고 내 엄마와 아빠라면 무서울 게 무엇인가?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창고에 드리운 캄캄한 어둠조차, 이 모든 게 사랑 자체..

남원 '평화의 소녀상'

남원 '평화의 소녀상' / 김신타 손바닥에 뭔가 들려있어 다가가 보니 누군가 벚꽃 한 가지 올려놓았더군 맞아! 지금이 삼월 말이지 문득 만져보고 싶어져 가녀린 당신 손 잡으며 얼굴 올려다보았지 무표정한 눈동자 먼데 보고 있더군 한참을 바라보더군 살면서 당신 곁을 그토록 지나쳤어도 처음으로 당신 손 잡으며 눈물 쏟았지 이유는 몰라 다만 내가 그랬어 당신 손길이 따스하더군 다음날 다시 찾아가 새 꽃가지 당신 손에 얹어주었지 오늘은 초점이 맞았는지 서 있는 내내 나를 바라보더군 누군가 씌워준 분홍 목도리와 파란 빵모자 맨발에 한 손으로는 치마를 움켜쥐고 있었지 더는 울음도 안 나오는 슬프고도 휑한 눈으로 돌아 가려는데 소녀상 한켠에 새겨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부치는 시인의 시에 오늘도 그만 눈물이, 동참한 ..

詩-그리고 또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