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235

대상과 주체

대상과 주체'몸'은 유형의 대상이고 '나'는 무형의 주체다. 유형의 대상과 무형의 주체가 둘이 아닌 하나인 것처럼 붙어있지만, 둘은 대상과 주체라는 점에서 그리고 유형과 무형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또한 이 두 가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석가모니는, 유형의 대상인 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무형의 주체인 나는, 몸에 의한 감각적 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무아 無我라고 표현한 것이다.유형의 몸과 무형의 나는 대상과 주체로서 서로 다르지만, 이 두 가지는 마치 익기 전의 땅콩 껍데기와 알맹이처럼 하나로 붙어있다. 해서 대부분의 우리는 대상인 몸과 주체인 나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고, 따라서 몸이 곧 자기인 걸로 착각하며 살아간다.그러나 몸은 물질적으로 드러나는 대상이지만, 나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깨달음의 서 2024.11.10

하나이면서도 둘인

하나이면서도 둘인 나는 받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체(나)이기도 하지만 전체(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로부터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전체와 함께하는 개체이다. '전체와 함께하는 개체'라는 표현이 참으로 아름답다. 절대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상대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도 둘일 수 있다는 말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으랴. 유형의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일지 몰라도, 무형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보이지 않는 개체가 동시에 보이지 않는 전체라는 것. 또는 여러 개체로 나누어진 존재가 동시에 하나의 전체라는 사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겠는가? 여러 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바다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물이 흘러 바다가 된다고 ..

깨달음의 서 2024.11.09

스스로 존재한다는 말

스스로 존재한다는 말 신에게는 안팎이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안팎이 없다. 따라서 신은 어떤 물체의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의 모든 곳곳에 존재한다. 한마디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없다. 우리 자신도 몸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신과 마찬가지로 몸을 비롯한 모든 곳에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이를 모를 뿐이다. 모르기 때문에 몸에만 존재한다고 믿으며, 나아가 몸이 곧 자신이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가곤 한다. 어리석게도 몸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몸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몸과는 달리 우리는 영원히 존재하는 실재이다.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생명체인 몸과는 달리, 무형의 존재인 우리의 참자아는 존재 그 자체이다. 종교적인 표현으로는 영생하는 존재인 것이다. ..

깨달음의 서 2024.11.06

무상하기 때문에 영속한다

무상하기 때문에 영속한다우리가 지금 '나'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동시에 떠오르는 나의 모습은, '개인적인 나'로서 이러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는 환상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몸으로서의 내가 환상이라고 하는 말을 우리는, 자칫 몸이 환상이요 허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아니다. 현실 속에서의 몸이 환상인 게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라는 존재가 환상인 것이다. 몸은 허상이 아니라, 몸의 형상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실상이다. 다만 우리의 머리(상상) 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몸으로서의 나', 즉 '개인적인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착각을 하고 있음이다. 그 첫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바인, ..

깨달음의 서 2024.11.06

신의 모습을 상상하려는 어리석은 추구심을 버리자

신의 모습을 상상하려는 어리석은 추구심을 버리자 우리가 생각 속에서 신을 떠올리게 되면, 대개는 우리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인 신의 모습이 아니라, 작은 산신령 정도의 모습일 뿐이다. 신이란 전체이기에 어떤 개인적인 몸과 얼굴을 한 형상일 수 없다. 유형과 무형을 망라한 우주 전체가 신의 모습일진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이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신은 유형의 존재일 뿐만 아니라 무형의 존재이기도 한데 말이다. 이처럼 신이란 우리 인간으로서는 상상 불가의 존재이다. 그러니 신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어리석은 추구심은 이제부터라도 완전히 버리도록 하자. 신은 우리 인간들처럼 종교나 국가 또는 민족으로 나누어져, 특정 종교인이나 특정 국가의 국민 또는 특정 민족만을 사랑하는 작은 ..

깨달음의 서 2024.11.06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 "모든 것을 버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얻으리라." 뭔가 그럴듯하고 심오한 내용 같기는 한데, 막상 이 구절을 실천하고자 마음먹으면 여러 가지 의문이 일어난다. 모든 것을 버리라는데, 모든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가 얼른 알아채기 어렵다. 가진 재산과 내 몸을 포함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담긴 모든 관념이나 기억을 말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의미하는 바가 전자든 후자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역시 오리무중이다. 전자라면 가진 재산을 다 버리고 나면 그다음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이며, 또한 자기 몸을 버리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전자가 아닌 후자라 해도, 머릿속에 담긴 관념과 기억을 어떻게 버릴 수 ..

깨달음의 서 2024.11.04

신 앞에서는 내게 옳고 그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신 앞에서는 내게 옳고 그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신에게 기도할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신의 응답을 기다리는 게 아닌, 스스로 이미 구해 놓은 해답을 신이 추인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신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신 앞에서는 내게 옳고 그른 것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신에게 믿고 내맡길 뿐이다. 신 앞에서도 자기 스스로 옳고 그른 게 있어, 상대편에는 벌을 자기편에는 상을 달라고 기도하는 행위는, 자신만의 독선이자 신에 대한 불순종이다. 신 앞에서는 그 무슨 판단이라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판단을 내려놓고 신의 응답을 겸허한 자세로 기다려야 한다. 응답을 기다리는 겸허한 자세가 곧 신에 대한 순종이다.

깨달음의 서 2024.11.04

우주 의식이란 없다

우주 의식이란 없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의식을 우주 의식(또는 전체 의식)이라고 이름 하나, 그러한 우주 의식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 가장 큰 의식은 다름 아닌 개체의식에서 벗어난 의식이기 때문이다. 작은 개체의식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게 바로 우주 의식이지, 우주 의식이라고 해서 별도의 크기를 가진 의식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개체의식과 개체의식에서 벗어난 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개체의식을 벗어난 것에는 개체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이게 바로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영성 책에 나오는 '신성한 이분법'이다. 개체의식에서 벗어났으면 개체의식을 포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벗어났기에 오히려 기존의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음이다. 더 높은..

깨달음의 서 2024.11.02

무상하기에 영원하다

무상하기에 영원하다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심지어 바윗덩어리나 쇳덩이라 할지라도 천천히 변하는 것일 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흔히 신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로 생각하기 쉬우나, 변하기 때문에 신은 살아있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가 몸이라는 생명체에서 벗어나게 될 때도, 변하기 때문에 생명으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생멸하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부분인 몸의 세포가 생멸하기에 전체인 몸이 살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생불멸이란 오히려 죽어있음을 뜻한다. 몸에 있는 수분은 모두 증발하고 동시에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은 없는 환경에 놓인 사체 즉 미라가 바로 불생불멸이지 않겠는가?우주에 있는 삼라만상은 모두 생멸한다. 다만 우리가 느끼는 생멸의 시간이 저마다 다를..

깨달음의 서 2024.10.31

내면이란?

내면이란? 내면이란 무언가 나라는 게 여기 어디엔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곳, 바로 거기 또는 그것입니다. 내면에는 시간이나 공간이 없으며 어떤 대상도 아니기에 거기 또는 그것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언어의 한계상 마땅한 다른 용어가 없기에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내면이란 무형의 어떤 공간 또는 무형의 어떤 대상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마음이라는 용어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마음이란 어떠한 작용이나 감정처럼 동적인 움직임으로 느껴지는 반면, 내면이란 어떠한 장소처럼 정적인 대상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내면이란 또한 감각을 벗어난 상태입니다. 감각을 벗어난 상태에서의 생각이나 기억이 바로 내면에서의 마음 작용입니다. 내면이란 우리 몸속 어..

깨달음의 서 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