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237

점오점수 漸悟漸修

점오점수 漸悟漸修 시작부터 깊은 깨달음이란 없다. 처음엔 표면에서 시작된 깨달음이 점차 깊어지는 것이지, 단번에 깊은 깨달음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얕은 깨달음이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깨달음은 표면에서 시작된다. 표면에서 시작된 깨달음이 점차 내부로 들어가 마침내 은산철벽 銀山鐵壁을 뚫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를 점오점수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의 경우에 그가 돈오점수 또는 돈오돈수를 주장한다면 그건 그의 경험이다. 따라서 돈오점수가 옳으니 돈오돈수가 옳으니 하고 따지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형식으로 깨달음이 온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체험만이 옳다고 떠드는, 철학자 베이컨이 말한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치일 뿐이다.

깨달음의 서 2022.01.20

중도와 중심

중도와 중심 중도란 고정된 관념 덩어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정된 관념이 있는 한,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서 자신의 관념을 옳고 합리적인 상태로 만든다 해도, 그건 중도가 아니라 어느 쪽으로든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공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이 말은 마음 또는 다른 무엇인가를 내려놓는다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관념을 모두 부수어 없애버리는 것을 뜻한다. 양변의 중심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양변과 중심을 모두 부수어 없앨 때, 그때가 바로 중도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양변만을 생각해왔으나, 정녕 중요한 것은 중심을 부수어 없애는 것이다. 양변을 없애기는 오히려 쉽다. 문제는 중심이다. 자신 안에 있는 중심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옳고 바..

깨달음의 서 2022.01.12

생명이란 기억이다

생명이란 기억이다 하나의 씨앗이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싹이 튼다는 사실과 세포가 복제된다는 사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형상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 이 모든 게 바로 기억의 힘입니다. 우주가 기억이고 기억이 곧 우주입니다. 기억이 곧 능력이자 신이며 나 자신이기도 합니다. 기억이 아니라면, 우리 인간이 기쁨에 기뻐하고 고통에 괴로워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기억이 있어야 기쁨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 만일 기억은 없다면 기쁨 또는 고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고로 기억이 모든 것입니다. 기억이 곧 신이자 우리 자신이며 생명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자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우리 자신인 기억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태어난 뒤 어느 순간부터 ..

깨달음의 서 2022.01.10

영적인 나와 육적인 나

영적인 나와 육적인 나 몸으로서의 내가 표현하는 나! 그게 바로 영적인 나입니다. 몸으로서의 나 즉 육적인 내가 표현하는 '나'가 바로 영적인 나 또는 참나입니다. 그런데 육적인 나는 영적인 나를 표현할 수 있을 뿐 '영적인 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영적인 나는 육적인 나를 표현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직접 '육적인 나'가 되기도 합니다. 영적인 나와 육적인 나 사이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죠. 한마디로 '영적인 나' 안에 '육적인 나'를 비롯한 모든 것이 담겨 있음입니다.

깨달음의 서 2022.01.08

모든 기준은 나일 수밖에 없다

모든 기준은 나일 수밖에 없다 1. 나를 찬양하고 축복하며 내게 감사할 때 나는 신과 함께 하는 기쁨 속에 있으리라 다른 사람과 내가 마음으로 함께 할 때 비로소 나는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받은 자유와 사랑에 대하여 신에게 감사할 때 진정 섬김을 받으리라 2. 모든 기준은 나일 수밖에 없다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랑도 미움도, 풍요도 가난도 심지어 기쁨과 고통마저도 내 안에서 창조된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내 안 즉 내면에서 일어난다는 얘기다 내면이란 시간 속 어떤 공간이 아니라 시간도 공간도 없는 관념 속 세계이다 우리는 물질 우주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플라톤의 이데아 세계에 살고 있다 불교 금강경에 나오는 일체유위법..

깨달음의 서 2022.01.06

망각과 기억

망각과 기억 우리는 모두 창조주이며 피조물이다. 알파요 오메가이며 시작이자 끝이다. 즉 인간으로서 우리 내면은 창조주이자 신이며, 외부는 피조물이자 인간의 형상이다. 어쩌면 우리의 현재 삶은 아름다운 죽음의 삶이다. 아름다운 죽음인 현재 삶에서 깨어나 새로운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하여, 영적 존재인 우리는 일부러 유한한 수명을 가진 육적 존재로 태어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은 망각 상태에 빠져있음이다. 망각에서 벗어나 기억을 되찾았을 때, 우리는 새롭고도 충만한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신을 깨닫는 일이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다는 건, 망각 상태에서 기억을 되찾는 것이다. 오감으로 감각되는 외부에 있는 인간으로서의 우리 몸과 마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있..

깨달음의 서 2022.01.04

「나」라는 것

「나」라는 것 불교에서 말하는 공 空이란, 생각·감정·감각 등이 일어나는 인간 내면에 있는 무형의 바탕을 말하는 것으로써, 우리는 이를 마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로 공이란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관념일 뿐, 유형적으로 보이는 허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공이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와 같이, 원자 안에 있는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텅 빈 공간과도 다르다. 원자 안에 있는 텅 빈 공간은 지극히 작은 하나의 허공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이라는 것도 관념일 뿐이지만 허공이라는 관념과는 전혀 다르며, 공을 무형적 공간이라고 한다면 허공은 유형적 공간인 셈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대상에도 착시를 하거나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는 곧바로 바로잡을 수 있는데 반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

깨달음의 서 2022.01.04

창조에 대하여

창조에 대하여 창조란 누가 하는 것일까? 인간이 존재하기 전인 태초에 신이 존재한다고 우리는 상상한다. 신에 의해 창조된 인간이 지구상에 태어난 이후로 많은 창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건축과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일상생활과 예술 분야에서 날마다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나를 창조하는 것일까? 신이 나를 창조하는 것일까?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을 뿐 나머지는 인간의 몫이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준 다음 신이 인간을 통제하고 감시한다면 그 자체로 모순이 되지 않겠는가. 신이 인간을 처벌한다는 상상도 그 자체로 모순이긴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창조하는 것이므로, 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객관적이고자 애를 써도 주관에서 객관이 창조되는 것이며, 또한 내 주관 안에서의 객관일 뿐이다..

깨달음의 서 2022.01.04

생각 또는 분별 이전이란 없다

생각 또는 분별 이전이란 없다 생각 또는 분별 이전 자리가 있는 게 아니라, 생각 또는 분별이 있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생각 이전 자리가 있는 게 아니며, 다만 생각 바로 그것이 있을 뿐입니다. 즉 생각 이전 자리라는 건 없으며 생각 자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생각 이전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생각의 내용을 생각 자체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생각된 내용과 생각 자체라는 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둘을 혼동합니다. 생각 자체에서 생각된 내용이 나오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생각 이전이라는 건 없습니다. 생각이 있고 감정과 의지, 인식, 기억 그리고 이성에 의한 분별 등이 있을 뿐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이전'이라는 건 기억을 말합..

깨달음의 서 2022.01.04

우리는 능력 자체이다

우리는 능력 자체이다 우리는 인식 기능 자체 또는 인식 능력이지 인식 능력에 의해 인식된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식 능력 그 자체는 그냥 지나치는 채 인식된 내용을 기억 속에서 재인식하곤 합니다. 그러나 기억된 인식 내용은 관념에 지나지 않으며 실체가 될 수 없습니다. 즉 우리는 인식된 내용인 관념을 흔히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허상이며 환상일 뿐입니다. 허상이거나 환상이 아닌 실체로서의 나는 기억된 내용이 아니라 기억 능력 자체입니다. 인식되고 기억된 내용이 아니라, 인식과 기억 등 능력 자체라는 말입니다. 또한 현상계에 있는 우리의 몸뚱아리를 비롯한 물자체는 학교에서 쓰는 교육 기자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신인 우리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기 위한 보조수단인 것입니다. ..

깨달음의 서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