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2

울고 싶은 날

울고 싶은 날 신타 누구도 찾아가지 말고 홀로 산에나 오르자 오래도록 좋아해온 가수의 노래 들으며 외로운 길 걸어보자 새해 첫날 고독한 사람 되어 혼자만의 길 걸어가자 아름다운 눈물 흐르는 홀로 가는 길 걸어가보자 서설이 쌓인 터벅터벅 걷는 길에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충만한 기쁨 그와 함께 하리라 울고 싶은 새해 첫날이지만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충만한 기쁨 그가 나와 함께 하리라

신작 詩 2021.01.01

정情은 카르마다

정情은 카르마다 신타 오지 말라는 데도 가고 싶었다 연말이라는 빈 가슴 때문에 나는 무조건 올라가겠다고 그녀는 혼자 있고 싶다고 너 정말 그렇게 할래? 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카톡이 끝났다 내 마음이 변한 것이다 더는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했던 반말도 존댓말로 이내 바뀌었다 아름다운 카르마 그녀에 대한 정이 끊어진 것이다 정이란 집착일 뿐이다 정 떼느라 스스로 고통받게 되는 카르마일 뿐이다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집착하지 않고도 누군가를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만나는 정이 없는 관계에서도 사랑은 얼마든지 불꽃이 튈 수 있다 다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정도 깊어지는 게 다반사이기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통의 바다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다 사랑하더라도 정에 머물지 않고 영위零..

신작 詩 2021.01.01

남도를 가다

남도를 가다 신타 눈발이 생선 가시처럼 비껴나는 날 남원에서 해남을 향해 길을 떠난다 지리산 아래 지층 중간인 북도에서 바다에 떠 있는 남도로 가는 길이다 친구와 전화로 통화하다 화가 나서 전화 뚝 끊어버리고는 그러잖아도 연말이고 해서 어디 떠날까 했는데 잘됐다 싶어 미련 없이 집을 나선다 화를 내어 미안하다, 혼자 해남으로 여행 떠난다, 연말과 새해 맞아 더욱 충만함 가득한 일상이길 바란다는 문자 남긴 채 눈 쌓이는 세상을 향해 내가 잘못한 일은 없다 해도 갑자기 소리 질러대고 전화 끊은 것에 대해 그가 받았을 상처가 미안한 것이다 우울증에 힘들어하는 그녀이므로

신작 詩 2020.12.30

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자여!

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자여! 신타 신에게 안팎이 있겠느냐? 신의 이름을 팔아 정의와 선을 외치는 자여! 신에게 정의와 불의가 있겠느냐? 신에게도 선악에 대한 판단이 있겠느냐? 생각만으로도 이미 간음한 자라 했으니 불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신은 이미 불의를 행한 것이더냐? 악에 대한 분별을 가지고 있으니 신은 이미 악을 행한 것이더냐? 거짓된 자여! 신의 이름을 팔아먹고 있는 자임을,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그대의 어리석은 판단임을, 오직 그대만이 모를 뿐! 신에게 나와 남이 있으며 내 편과 네 편이 있겠느냐? 신에게도 위아래가 있고 동서남북 전후좌우가 있겠느냐? 어리석은 그대만이 나누고 가른다. 신에게 있어 모든 것이 사랑이며 모두가 그의 자녀일 뿐 어디에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신..

신작 詩 2020.12.29

이율배반

이율배반 신타 우리가 진정 원하지 않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고로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오길 바라는 마음이 서로 싸우고 있는 순간이다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 앞에 나서려고 다투는 것이다 순종과 거부가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랑과 자존심이 제각기 자기 말이 맞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기대과 치욕의 물결되어 출렁인다 울고 싶지만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는 어린 아이의 굳은 마음일 뿐이다 마음이란 생각하는 욕구이니 전화 오길 기다리면서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바람과 기대가 뒤섞인 또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스스로 속는 이율배반일 뿐이다

신작 詩 2020.12.29

씨발년

씨발년 신타 아까는 잠시 해가 들었으나 지금은 눈이 올 듯한 날씨에 섣달그믐 이틀 정도 앞둔 날 공연히 여기저기 쏘다닌다 길 가면서 페북 들여다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페친이 올린 글에 나오는 얘기 하나 "몸이나 아프지 말지, 씨발년" 어떤 여자가, 자기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가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 듣고는 툭 내뱉은 한마디인 것이다 세모의 길거리를 배회하던 나는 괜히 혼자 눈물이 났다 몸이나 아프지 말지, 씨발년 흘러내리는 눈물 닦아냈다

신작 詩 2020.12.29

신神

신神 신타 형상만이 그가 아니니 소리와 느낌, 스치는 빛 신 아닌 것 하나 없나니 그는 늘 나의 곁에 있다 어리석게도 우린 모두 눈에 보이는 것 중에서 신의 모습 찾으려 하나 그는 형상만이 아니다 나의 기쁨과 슬픔, 놀람 생각조차도 마찬가지 신 아닌 것 하나 없나니 그는 늘 나와 함께 한다 오늘도 그는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먹는 밥이고 신은 무소부재 하나니 그가 곧 내가 눈 똥이다

신작 詩 2020.12.28

허무한 죽음

허무한 죽음 신타 허무하게 죽기는 싫어 내가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허무한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예전의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늘 조용하게 외쳐댔다 정말이지 한순간도 나는 허무한 죽음을 죽게 되는 나를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하기도 싫었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래도 무언가 의미 있는 죽음이고 싶었고 남들이 알아줄 만한 죽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일부러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죽음에 대한 한계도 두고 싶지 않다 내 죽음에도 자유를 주고 싶다 죽음의 모습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죽음이 직접 정하도록 양보하련다 허무하든 허무하지 않든 말이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 가련다 의미 있는 죽음이 아니라 뜻 있는 삶의 길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의 길 가운데 죽음이 어..

신작 詩 2020.12.26

기준

기준 신타 제과제빵 쉐프, 교회 권사, 방과 후 교실 선생, 미용실 원장 등등 당신이 사귄 그 많은 사람들 뭐가 그리 대단해? 정말이지 당신 눈 높은 사람 맞아? 당신 나름이 아니라 내 나름으로 눈이 높아. 그러니까 당신 같은 사람 좋아서 지금 이렇게 정신 못 차리잖아. 그리고 모든 건 각자 자기 기준일 뿐이야. 그런데 거꾸로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려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지. 당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이 세상에 내 기준밖에 없다고 봐. 다른 기준이란 있을 수 없어. 물론 공중도덕이나 예의범절 법 등은 나도 지키려고 애쓰지만 그것들조차 내가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내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지. 마지막으로 내 기준이란 다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

신작 詩 2020.12.25

모순

모순 신타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포스터, 금연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저리도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라면 법이라도 만들어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리고는 이내 반성한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구호가 아직도 자연스레 기억나는데 시대가 바뀌고 정의가 바뀐 지금은 많이 낳으면 출산 장려금까지 준다며 새로운 정의와 애국을 부르짖는다. 그 시절 횡행하던 긴급조치 18호를 위반한 자식을 무려 넷씩이나 두었던 내 사촌누이 한 때의 시류時流가 아닌 주관의 생명체 그녀의 주관은 21세기 자유의 여신상! 한쪽에서는 금연을 강조하고 한쪽에서는 담배 광고를 하는 모순 어둠의 혼재混在 속에서도 아침을 일구어 내는 그대 모순은 민주주의의 횃불!

신작 詩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