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48

코스모스

코스모스 신타 마음속에 코스모스는 늘 피어있다 다만 가을에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가 가을을 기억하는 것일 뿐 흔들리지 않는 내가 코스모스 따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생각 속에 있는 나이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에도 오히려 내가 모든 것 속에 갖혀 있다 그들이 가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갖혀 있다 아직 미명이다 코스모스는 늘 피어있으며 가을에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가을을 기억하는 것뿐이다

신작 詩 2020.09.25

하늘

하늘 신타 술 마시러 갈 때 드문드문 떠있던 별이 한 잔 마시고 나와 집을 향해 걷다가 빗방울이 듣길래 고개 들어 쳐다보니 하늘에 별은 커녕 구름으로 가득하다. 내 눈에 보이는 머리 위 하늘이 우주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임을 나이 예순이 넘은 오늘에서야 드디어 저곳이 그리 넓은 곳이 아님을 알게 되다. 내가 올려다보는 하늘이 얼마나 좁은지 저 좁은 하늘을 무한하다고 착각했던 내 관념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술 한잔이 문득 나를 깨닫게 한다.

신작 詩 2020.09.11

소망

소망 신타 유례없이 긴 장마에 폭염에 온 세상이 시끄럽더니 어느덧 가을 바지 깃 사이로 찬 바람이 들고 따스한 차가 좋은 아침입니다 코로나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지금도 우릴 조심스럽게 하며 날씨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만 계절이 가고 오는 것과 세상과 세상 사람들의 다양함 모두가 창조의 아름다움입니다 모두가 사랑의 선물입니다 시끄러움도 지겨움도 아닌 적당하길 바라던 때 있었지만 이제는 흩어진 그 모두를 적당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모든 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옳다는 기준이 없을 때라야 우리에게 모든 게 다 옳습니다 기준을 두고 아무리 옮겨도 제 자리 찾을 수 없습니다 내면의 기준을 없앴을 때 그곳이 곧 제 자리입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듯 없애면 비로소 드러납니다 바라..

신작 詩 2020.09.08

풀꽃

풀꽃 신타 나태주 시인의 혜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우리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인지도 모른다 세월도 잊고 나이도 잊은 채 몸을 탐닉하는 시간 뚝방길을 뛰든지 아니면 등산을 하든지 몸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풀꽃이 피어 올리는 잔잔하게 흔들리는 웃음과 질풍 같은 기쁨을 선물하고 싶다 영혼의 사랑과 더불어 마음으로의 사랑뿐만 아니라 깊은 곳에서도 빛나는 사랑이고 싶다

신작 詩 2020.09.07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 김신타 내가 원하는 사랑만을 찾느라 지금 이대로 사랑받고 있음을, 사랑이 사랑인 줄 나는 몰랐네 내 생각대로 영원하지 않을 뿐 사랑이란 사랑으로 영원함을, 사랑을 사랑할 줄 나는 몰랐네 사랑이란 생각대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움직여지는 것임을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알았네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라도 사랑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음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내가 행한 잘하고 잘못한 일들 나는 빠짐없이 모두 사랑하리 잘했으며 잘못했기에 말이네 남이 행한 모든 일도 사랑하리 잘한 일과 잘못한 일 그 모두가 내게 고마운 일 아닐 수 없다네

신작 詩 2020.07.28

사랑 이식

사랑 이식 신타 내 가슴 속 사랑 한 점 당신을 위해 잘라낸다 해도 미래의 보답은 기대하지 않으며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만으로도 나는 지금 충만하고 기쁩니다 나 자신에게조차 구속받고 싶지 않기에 가슴에 난 상처 아문 뒤에도 당신의 길과 나의 길이 나란히 가는 길이어도 좋고 서로 엇갈리는 길이어도 좋습니다 무엇을 기대하며 가슴 열어젖힌 게 아니라 나의 사랑으로 당신의 사랑이 이어진다면 그게 바로 당신을 위한 나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신작 詩 20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