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1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 김신타 내가 원하는 사랑만을 찾느라 지금 이대로 사랑받고 있음을, 사랑이 사랑인 줄 나는 몰랐네 내 생각대로 영원하지 않을 뿐 사랑이란 사랑으로 영원함을, 사랑을 사랑할 줄 나는 몰랐네 사랑이란 생각대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움직여지는 것임을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알았네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라도 사랑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음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 내가 행한 잘하고 잘못한 일들 나는 빠짐없이 모두 사랑하리 잘했으며 잘못했기에 말이네 남이 행한 모든 일도 사랑하리 잘한 일과 잘못한 일 그 모두가 내게 고마운 일 아닐 수 없다네

신작 詩 2020.07.28

사랑 이식

사랑 이식 신타 내 가슴 속 사랑 한 점 당신을 위해 잘라낸다 해도 미래의 보답은 기대하지 않으며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만으로도 나는 지금 충만하고 기쁩니다 나 자신에게조차 구속받고 싶지 않기에 가슴에 난 상처 아문 뒤에도 당신의 길과 나의 길이 나란히 가는 길이어도 좋고 서로 엇갈리는 길이어도 좋습니다 무엇을 기대하며 가슴 열어젖힌 게 아니라 나의 사랑으로 당신의 사랑이 이어진다면 그게 바로 당신을 위한 나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신작 詩 2020.06.23

웃음 그리고 눈물

웃음 그리고 눈물 신타 웃음의 반대말은 울음일까 눈물일까 울음이라고 썼다가 눈물로 고쳐 써본다 시 한편 읽다가 웃고 글 읽다가 흐르는 눈물, 한참을 버티다 결국 세면대로 향한다 감정이 몸에서 나오는 걸까 몸이란 하나의 물길일 뿐 그것의 발원지는 내 몸을 감싸는 기운일 터 몸과 늘 함께하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리라 보이지 않는 그것, 우리가 영혼이라 이름하는

신작 詩 2020.06.20

섬 신타 가끔은 섬도 바다를 떠나고 싶다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 함께 모험할 친구도 없는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바다가 키운 생명으로 살아가는 아쉬운 것은 바다가 아니며 섬이 있어도 좋고 없으면 그만이다 파도가 아프다 두려움에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백골마저 해변을 장식하게 될 것이다 밤새 잠못 이룬 아침 섬은 바다를 사직辭職한다 바다는 더 이상 섬을 채근하지도 않을 것이며 생명을 키우지도 않을 것이다 섬은 지금 어느 산골짝에 있다 섬에 놀러 온 아이들은 가끔 바다에서 묻어온 생명 가재를 잡는다 아이들은 이제 그를 산이라 부른다

신작 詩 2020.06.18

비 신타 저녁 늦게 혼술 하러 가다가 들른 길옆 식당 주인아주머니 말씀 하루살이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 비가 오겠다고 하시더니 오늘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린다 오전만 해도 해가 뜨거웠고 비가 오는 지금도 구름이 터진 부분은 햇살이 환한데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구름 사이로 해가 숨바꼭질한다 아스팔트 길 위로 차들은 여전하고 다리 난간 위 화분에 담긴 자줏빛 페튜니아도 그대로인데 나는 늘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다 분수처럼 역류하고자 한다 흐르는 냇물이 아니라 비가 오면 오는 대로가 아니라 자전거 안장 젖는 일과 집에 돌아갈 일을 걱정하곤 한다 여전히 물과 바람과 그리고 비와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이다 함께 흘러가지 못하고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삶이다 비가 오는 것조차 나를 위한 일임을 곧바로 자각하는..

신작 詩 2020.06.06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나와 장미와 분홍 찔레꽃 신타 마당가 비탈에 늘어진 찔레꽃 닮지 않은 찔레꽃 그에게도 무언가 바라는 바 있을까 궁금한 나는 아파트 시멘트 담장 사이로 고개 내미는 장미꽃 어린 시절 무엇인가를 동경하며 먼 산 바라보는 세월이 흘러 이젠 이 세상은 물론 저세상까지도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는 것이자 내가 사랑하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연결되었을 뿐 아니라 내가 곧 전체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임을 이제는

신작 詩 2020.06.05

바람, 유월의 첫날

바람, 유월의 첫날 신타 전북 남원에서 전남 구례까지 요천과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가다가 멈춘 쉼터엔 벤치 위에 그늘과 바람이 있다 배낭에서 막걸리 한 병 꺼내어 부는 바람 안주 삼아 마시는데 더 없이 시원해서 생각해보니 오늘이 바로 유월의 첫날이다 만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는 문득 지금 여기가 바로 만족이라는 느낌 떠올라 댓글로 쓴 적 있다 댓글을 쓰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또 깨달아 지금 여기 유월 첫날의 바람과 두 손 맞잡고 다시 길을 떠난다 섬진강 물길 따라 내려가는 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합창 나그네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몸은 몸대로 나는 나대로 간다

신작 詩 2020.06.02

노고단 가는 길

노고단 가는 길 신타 초록이 한창인 오월의 바다 산철쭉 화사한 데크로드 길 연분홍 향기 따라 걷다보니 구례 누룩실에서 처음 만나 노고단 오르던 날 섬진강은 저 아래 운해 속으로 흐르고 신라 화랑의 심신 수련장이 노고단에 있었다는 이야기 안개 속 구름처럼 피어난다 돌탑 앞에서 기원하는 통일 백제와 신라가 그러하였듯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이길

신작 詩 2020.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