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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변명

사랑의 변명 김석기 그가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내가 필요한 때가 아니며 내가 그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가 내게 필요한 때가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랑을 동시에 느끼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를 사랑한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닐 뿐이다 너로 인해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가깝다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필요로 할 때 우리 다시 만나자 지금은 아니다

가정법 과거 또는 미래

가정법 과거 또는 미래 김석기 가정법이란 얼마나 어리석은가? 현재진행형이 있는데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행복은 지금 여기 현재의 고통과 기쁨에 있거늘 기쁨을 좇으면서도 중간중간 서 있는 고통의 마디 뚫고 나가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 기억과 상상이라는 쉼터에 머물고 위로받고자 한다 기쁨이 고통이고 고통이 기쁨이다 낮과 밤이 만날 때 노을이 지고 배추와 양념이 섞여 김치가 익어가듯 기쁨과 고통의 강물이 흘러 하나의 바다, 평화를 이룬다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하나에서 하나로 가는 것이다

깨달음의 서 2012.11.01

앳된 하늘

앳된 하늘 김석기 지금은 내가 그대 앞에서 부끄럽지만 그대 두고 떠날 때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영혼입니다 몸과 함께할 때 부끄러워도 영혼과 함께하는 나 무엇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창피해도 나 부끄럽지 않은 삶 살아갑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내 생각 고치려고 애쓰지만 정이나 안 되면 차라리 삶의 방편을 바꾸고자 합니다 그런대로 살아가 집디다 옆을 돌아보면 사는 게 초라하지만 영혼을 알게 된 마음은 무엇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눈물처럼 소나기 쏟아지면 하늘은 더욱 앳된 모습이며 우리는 모두 하나이니까요

詩-깨달음 2012.10.31

비겁한 사람들

비겁한 사람들 김석기 타인의 의지 무시한 채 살인을 저지르고는 자신은 제 욕심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처럼 비겁한 마음은 없다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 비난하면서도 자살을 결행한 가슴 헤아려보지 않는 사람처럼 비겁한 가슴은 없다 죽음 뒤에 영생이 있다고 외치면서도 삶은 단 한 번뿐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여 영원한 생명이 어찌 삶이 아닌 죽음이란 말인가 영원과 순간이 하나이며 삶과 죽음이 하나이거늘 제 죽음이 두려우면 남의 생명을 해치지 말 일이며 스스로 죽는 일이 두려우면 남의 결단을 비난하지는 말 일이다

詩-깨달음 2012.10.31

12줄 차로

12줄 차로 김석기 어둠 속 악보도 없이 군데군데 쉼표가 서 있고 제멋대로 12줄 가야금 뜯는 오늘이라는 무대의 마지막 출연자, 자동차 악단의 불협화음 연주에도 고정 관객 나뭇잎들은 가로등 함께 이따금씩 고개 끄덕인다 어둠 옆에 빛이 있고 다툼 뒤에 화해가 있으며 불협화음에도 선율이 있듯이 처음 속에 끝이 있고 소음 속에 고요가 있으며 분리 속에 하나가 있다

신작 詩 2012.10.18

<2막 학교> 다녀오면서

다녀오면서 / 김석기 가는 길 군데군데소백산 사과 빨갛게 종을 울리고학교 운동장엔 부분 염색한 느티나무은행나무 함께 둘러 서 있습니다 마음의 고통 1막 끝나고영혼의 기쁨을 주제로 한 2막 시작되는이젠 넓지도 않으나, 좁지도 않은이 땅에 사는 영성인들 모여나눔을 나누고 놀이를 놀며음악이 기타를 치고 대화가 밤을 지새웁니다 오는 길에도 들판마다석양이 잘 익은 벼 위에 누워있고아쉬움의 땅거미 생각난 듯이 길 위에 내려앉습니다 - 충북 괴산에 위치한 폐교를 팬션으로 바꾼 이름

신작 詩 201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