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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

생명 4 김석기 사람과 동물의 사체를 두려워하는 이여! 집을 짓고 책을 만드는 나무와 종이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동물과 식물의 사체가 아니고 무엇이랴 꽃병에 꽃을 꽂는다 해서 꽃병이 꽃이 되는 게 아니듯 진흙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해서 진흙이 생명이 되는 게 아니다 신이 부여한 생명은 영원하리니 진흙이 아닌 그대의 생명은 영원하리라 몸이 아닌 그대의 생명은 영원하리라

詩-그리고 또 2013.05.10

스스로 그리 하라

스스로 그리하라 김석기 그리해선 안 되기 때문에 그리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리해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리해선 안 된다고 배웠을지라도 배운 것에 안주하지 마라 배움은 사색의 동굴을 지나는 안내자일 뿐 스스로 동굴을 벗어나라 그리해서는 안 되거나 그리해야만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리하지 않거나 스스로 그리하는 것이다

詩-그리고 또 2013.05.10

마디와 사이

마디와 사이 김신타 대나무가 높이 서기 위해서는 마디가 필요하고 콘크리트 다리 길게 놓으려면 이음새가 필요하듯 보이는 지금의 삶과 보이지 않는 영원한 삶 사이에도 마디와 이음새가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한 아이가 그리는 상상이며 눈 깜박할 사이이자 생각에서 생각으로 이어지는 순간일 뿐 마디도 대나무이며 이음새도 다리이듯 죽음도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