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봉하에 다녀왔습니다 ^^^ 장미처럼 붉게 타는 마음 둘 곳 없어 갓꽃 노랗게 핀 오월의 봉하로 갑니다. 마을 입구에는 봉하의 상징이 된 노란 팔랑개비 힘차게 돌고 너럭바위 옆에 유채꽃 아닌 갓꽃이 온 마당을 뒤덮습니다. 마침 묘역 옆에 노무현 대통령 추모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데 그곳에 자랑스럽게도 우리.. 우리가 사는 모습 2013.05.23
주차 골목 주차 골목 김석기 밤 12시 넘어 남편 택시 올 때까지 대문 앞 들락거리는 아내 내 집 앞은 내가 지킨다는 흰 플라스틱 통 제대로 보초 서고 있는지 차 소리 날 때마다 살펴본다 예전엔 놀이터로 좁았던 골목길 지금은 밤마다 빈틈없는 주차장 없어도 좋고 많아도 좋은 게 아니라 없을 땐 없어서 불편하고 많을 땐 많아서 불편한 詩-그리고 또 2013.05.10
환자 환자 김석기 봉투에 하얀 예의를 담아 문병 온 마음에 젖어들기보다는 봉투 속 액수가 궁금한 환자 그게 나다 그게 우리다 마음과 물질의 에너지 같으므로 봉투의 두께에 따라 마음의 넓이 잴 수 있으나 그보다 더 낮은 곳 보이지 않는 깊이는 쉽사리 가늠되지 않는 것임에도 넓이와 깊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환자 그게 바로 나다 그게 바로 우리다 詩-그리고 또 2013.05.10
생명 3 생명 3 김석기 죽음이란 생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명을 담고 있던 그릇이거나 생명을 감싸고 있던 옷이 닳는 것임을 안다면 지금처럼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으리라 살갗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고 노폐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누가 슬퍼한단 말인가 과일의 씨앗.. 발표작 (詩, 수필) 2013.05.10
생명 4 생명 4 김석기 사람과 동물의 사체를 두려워하는 이여! 집을 짓고 책을 만드는 나무와 종이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동물과 식물의 사체가 아니고 무엇이랴 꽃병에 꽃을 꽂는다 해서 꽃병이 꽃이 되는 게 아니듯 진흙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해서 진흙이 생명이 되는 게 아니다 신이 부여한 생명은 영원하리니 진흙이 아닌 그대의 생명은 영원하리라 몸이 아닌 그대의 생명은 영원하리라 詩-그리고 또 2013.05.10
생각 생각 김석기 나뭇잎은 여기 있다 해도 초록은 어디에서 왔으며 허공은 여기 있다 해도 흔들림은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몸은 여기 있다 해도 마음은 어디에서 왔으며 의식은 여기 있다 해도 생각은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나뭇잎이 흔들린다 해서 흔들림이 나뭇잎에서 오는 게 아닌 것처럼 몸으로 생각한다 해서 생각이 몸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詩-그리고 또 2013.05.10
스스로 그리 하라 스스로 그리하라 김석기 그리해선 안 되기 때문에 그리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리해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리해선 안 된다고 배웠을지라도 배운 것에 안주하지 마라 배움은 사색의 동굴을 지나는 안내자일 뿐 스스로 동굴을 벗어나라 그리해서는 안 되거나 그리해야만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리하지 않거나 스스로 그리하는 것이다 詩-그리고 또 2013.05.10
마디와 사이 마디와 사이 김신타 대나무가 높이 서기 위해서는 마디가 필요하고 콘크리트 다리 길게 놓으려면 이음새가 필요하듯 보이는 지금의 삶과 보이지 않는 영원한 삶 사이에도 마디와 이음새가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한 아이가 그리는 상상이며 눈 깜박할 사이이자 생각에서 생각으로 이어지는 순간일 뿐 마디도 대나무이며 이음새도 다리이듯 죽음도 삶인 것이다 삶과 믿음의 세계 2013.05.10
악보엔 마침표가 없다 악보엔 마침표가 없다 김석기 밀물은 썰물의 메아리 바다엔 뚜껑이 없기에 메아리 따라 파도가 밀려온다 밤은 낮의 그림자 우주엔 어둠이 없으며 그림자가 드리운 것일 뿐 죽음은 삶의 쉼표 악보엔 마침표가 없나니 쉼표 속에 잠시 머무는 순간에 지나지 않으며 삶은 영원한 정반합 마디.. 발표작 (詩, 수필) 2013.03.22
깨달음의 빛 깨달음의 빛 김석기 밤 별빛이 지금 내게 쏟아진다 수년 전 또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수천, 수만 년 전 모습을 담은 채 낮 내 주위엔 조금 전 생긴 빛과 수천, 수만 년 전에 생긴 빛이 함께 섞여 있다 태양 빛에 가려 안 보일 뿐 별빛은 여전히 쏟아질 테니까 불구부정(不垢不淨) 태양이 .. 신작 詩 201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