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2 생명 2 혼자 먹을 점심상 차리려고 찜 솥을 열어보니 죽어서도 꼿꼿하게 앉아 나를 향한 대게 한 마리 다행히 눈동자가 죽어 있다 생명이 생명을 낳지만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사는 법 기다란 대나무 다리로 그도 많은 생명을 먹었을 터 나도 이제 그의 생명을 먹고자 한다 언젠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 詩-그리고 또 2006.02.05
언제라도 지금까지 언제라도 지금까지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이 여기서 그친다 해도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삶의 순간들이 순간순간 끊임없이 이어져 태양과 같이 오래도록 알 수 없을 만큼 산다 해도 모두가 지금과 같은 순간들일 뿐, 지금부터 오래 사는 삶과 언제라도 지금까지 사는 삶에 무.. 詩-깨달음 2006.01.25
축의금 만 삼천원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 삼천원" 이란 글입니다.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우리가 사는 모습 2006.01.22
나는 서 있을지라도 나는 서 있을지라도 뱃전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면 달이 흔들리고 별이 춤춥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 일상의 하늘에서도 해는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집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 어리석은 나는 한참 동안을 해와 달과 별은 왜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자꾸만 움직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 詩-그리고 또 2006.01.17
뿌리로 서다 뿌리로 서다 자란 김석기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홀로 서고자 뿌리는 어둠에서 자라며 나는 가슴 속에 머문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자 그래도 때로는 쏟아지는 소나기에 뿌리도 제 마음 내 보이고 불현듯 나타난 누군가에게 마음이 뿌리 채 흔들리기도 하며 여름이 지나가고 사랑도 식어가지만 남아 있는 그리움은 뿌리처럼 아프다 가슴에 드러난 상처, 詩-사랑의 느낌 2006.01.17
사랑의 그림자 사랑의 그림자 사랑한다며 간절하게 애원하다가도 지나고 나면 사랑이라는 말도 역겨워진다 너 없이 못산다고 매달리다가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린다 미칠 듯이 울부짖으며 그리워하다가도 지나고 나면 눈물 자국마저 남지 않는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 사랑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 詩-사랑의 느낌 2006.01.17
노동의 아침 노동의 아침 동지가 지나고 며칠, 아침해가 조금이지만 확실히 빨라졌다는 통근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겨울 날씨의 세상살이가 한 뼘이나마 짧아지기를 바라는 춥고 어둑한 아침 7시 통근버스 시간이 환하고 따뜻한 얼굴의 봄으로 하루라도 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하루도 결근함이.. 詩-그리고 또 2006.01.17
평안과 기복(祈福) 평안과 기복(祈福) '존재함에 감사합니다.'라며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함에 늘 감사한다. 그런데 이는 무슨 복(福)을 구하고자 함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이 감사하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으므로 기꺼이 감사할 뿐이다. 그렇지 않고 존재함에 불평을 하고 불안감을 가져 보아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무 .. 삶과 믿음의 세계 2006.01.15
동백꽃 삶 동백꽃 삶 여름 내내 가으내 말이 없던 동백꽃이 한겨울에 입을 열었다 입술 크게 벌리고 핏빛 외침을 속삭인다 여명을 밟으며 일터로 가는 막노동꾼에게, 가로등 켜져 있는 도로 옆 양철통 안 나뭇가지 불 지피는 노점상인에게, 찬바람에도 꽃은 피며 한겨울에도 붉은 삶이 타오름을, 돌아오는 세월.. 詩-그리고 또 2005.12.10
존재함의 시간 존재함의 시간 인식(認識)에 시간을 채우는 삶 아니, 채워야만 하는 삶 누군가는 시간을 채워야 함이 참을 수 없어 존재함의 시간을 스스로 잘라내기도 하는, 무엇인지도 모를 무엇 때문인지도 모를 크고 작은 욕망을 부여잡고 다만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란 김석.. 詩-깨달음 200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