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 反詩 반시 反詩 / 신타 모든 게 내 것인데 무얼 부러워하리오 부둥켜안을 게 무엇이오 두려워할 게 어디 있단 말이오 내게도 주고 남에게도 주며 내게만 주지도 말고 남에게만 주지도 마오 나와 남이 하나이니 아타불이 범아일여 있음과 없음이 하나이니 색즉시공 공즉시색 내가 있는 곳에 부족이 썰물 되고 내가 사라진 곳에 충만이 밀물 된다오 나란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불어오는 바람이라오 신작 詩 2022.06.16
자산어보(玆山魚譜) 자산어보(玆山魚譜) / 신타 영화 '자산어보'를 보았다 누가 쓴 건지 확실히 몰라 검색해보니 정약용의 형님 정약전이 쓴 책이다 신유사옥 때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 거기서 고기잡이 청년 창대를 만나 물고기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세상에 관한 글을 쓰게 되면 혹여나 왕을 부정하는 자신의 서학(西學) 사상 묻어날까 동생 약용과는 달리 사상서를 쓰지 않는다 영화는 실존 인물 창대를 새롭게 그린다 서자(庶子)에서 양반으로 신분을 세탁해 과거에도 급제하고 벼슬아치가 되지만 스승의 동생이 쓴 목민심서에 나오는 대로 백성을 보살피는 정약전의 제자 장창대 백성의 고통에 눈 감을 수 없었던 그 흙탕물에 홀로 남은 버들치처럼 백골징포 황구첨정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벼슬자리에서 기꺼이 쫓겨난다 영화의 끝 무렵, 나는 눈.. 신작 詩 2022.06.15
무아 무아 / 신타 붓다도 임종 시에 자귀의 自歸依를 전했다 무아 無我란 내가 없는 게 아니라 남과 대비되는 내가 없다는 뜻이련만 동갑네 카페 모임에서 마당 넓은 집을 보고 고급 승용차를 보고 친구와 비교하는 내가 있다 깨우치지 못한 게 무얼까 무엇이 덜 채워진 것일까 아직도 무엇이 남은 걸까 여전히 무아를 깨닫지 못함이다 사는 모습이 부끄러운 돌아서서 남과 비교하는 그런 내가 없는 곳에 모든 게 있음을 깨우치지 못한 詩-깨달음 2022.06.15
영광, 꽃을 담다 영광, 꽃을 담다 / 김신타 법성포 휘돌아 숲쟁이 언덕 위에 노란 금계국 사잇길 하얗게 핀 한 송이 꽃에 꽃을 담고 있다 [제2회 영광 디카시 공모전 장려상 수상] 발표작 (詩, 수필) 2022.06.09
장날 장날 / 신타 오가는 사람들 물건을 파는 사람들 누구나 눈물겨운 삶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가르침 여전히 생생하지만 모두를 사랑할 때 모든 걸 사랑할 수 있을 때 나는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음이다 어차피 나를 안다는 건 내가 아닌 남에게 달린 일 밖을 통하여 안을 볼 수 있다 장터를 지나며 곁을 스치는 사람들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본다 신작 詩 2022.06.09
어둠을 사랑하는 빛 되고자 어둠을 사랑하는 빛 되고자 / 신타 나는 악을 미워하지 않는 선인 동시에 어둠을 멀리하지 않는 빛이 되고자 하며 두려움을 거부하지 않는 사랑이고자 한다 부족함이 있는 풍요로움인 동시에 불완전을 허용하는 완전이고자 하며 완벽하지 않기에 완벽한 존재인 것이다 악이 없다면 무엇으로 선을 얘기할 수 있을까 불완전과 부족함이 없다면 완전과 풍요로움이 어둠이 없다면 빛이 있음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악을 사랑하는 선인 동시에 어둠을 사랑하는 빛 되고자 하며 두려움을 사랑하는 사랑이고자 한다 詩-깨달음 2022.05.30
전화번호 지우며 전화번호 지우며 / 김신타끝을 알지 못하는 동굴처럼신호음은 자꾸만 깊이 빠져든다소리를 질러보아도아무런 메아리가 없다면이제 그만 산을 내려가야 한다멀리서도 그의 목소리 들을 수 있는오솔길 오가던 기억조차내 안에서 지워버려야만 한다봄이 겨울의 기억을 지우듯여름이 봄에 관한 기억을 지우듯…쓰다남은 건축 자재처럼낭만은 그저철제 울타리 옆에 기대어 세워져 있다나뭇잎 위에는바람과 햇살 일렁이지만우리의 마음은 오늘도 그늘 쪽이다 신작 詩 2022.05.29
어느 봄날 어느 봄날 / 신타 여름으로 가고 있는 오월 하순의 어느 봄날 화창하다 못해 눈부시다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풍경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라 해도 나는 왜 눈물이 나려 하는 걸까 풍경이란 없어도 괜찮겠지만 있기에 더욱더 아름다운 세상 나라는 생각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아름답기에 눈물 나는 세상이라 스스로 위로해보는 어느 봄날의 나 신작 詩 2022.05.28
치명적 오류 치명적 오류 / 신타 새날이 밝았습니다 과학이 대비하는 전쟁은 그런대로 평화를 낳아줍니다 오전 수업은 과학 시간입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지구가 도는 것임을 배웁니다 머리로는 지동설에 세뇌되었지만 눈에 뵈는 게 옳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과학은 시험 점수를 위한 것일 뿐 스스로 돌아가는 초록빛 행성이 우주 허공을 날아가고 있음을 몸뚱이의 오감이 곧 타고난 환상임을 선천적 VR(가상 체험)기기에 의한 허상임을 깨닫지는 못합니다 지구에서 내릴 수 없으며 몸뚱이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태생적 오감이 오히려 구속입니다 아직 오후 수업이 남아 있습니다 시각 視覺, 빛에 의한 치명적 오류임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詩-깨달음 2022.05.24
사랑 속에 사랑 속에 / 신타 나를 내려놓자 미움이나 두려움 아닌 사랑 속에 나를 내려놓자 동이 트는 바닷가 아닌 노을 지는 산마루쯤에서는 끌어안은 몸뚱이 그만 내려놓자 힘껏 내려놓은 몸뚱이 황혼이 짙어질 때쯤이면 저 혼자 알아서 갈 것이니 나는 나대로 영원을 가자꾸나 사랑 속에서 허공처럼 막힘없이 바람처럼 걸림 없이 쉼 없이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오늘도 출렁이는 바다를 살자꾸나 詩-깨달음 202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