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 신타 흔히 우리는 거울이 사물을 비춘다거나 또는 사물이 거울에 비친다고 한다 그런데 거울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비춘다는 말보다는 사물이 담긴다고 하는 건 어떨까 저절로 보이는 것일 뿐 거울이 의지를 내는 게 아니므로 비유하여 말할 때 앞으로는 사물이 거울에 담긴다고 하자 거울은 되 비추는 게 아니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일 뿐이다 만들어진 거울이 깨진다 해도 거울의 성질은 사라지지 않고 샘물이 담기거나 똥물이 담겨도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그 안에 우주가 담겨도 거울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시공과 계절이 담기기도 하나 거울은 공 空조차 아닌 무시공 無時空의 평면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붓다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