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때 / 신타 빗물이 고인 위에 연달아 떨어지며 파문을 만들어내는 빗방울 창문 밖 당연했던 풍경이 당연하지 않을 때 귓가에 들려오는 빗소리 언제 어디서 처음 들렸을까가 문득 궁금해지는 능소화에 매달린 주황색은 어떻게 처음 생겼을까 하는 부질없음 속에서 피는 한 편의 시 가지 끝에 나란히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들 예전부터 보아온 모습이지만 새삼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맑게 갠 한낮에도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이는 감각의 오류 지식으로는 알아도 오류를 깨닫지 못한 채 감각을 하늘처럼 섬기는 여전히 낮은 자세 늘 함께하는 식탁 위에 놓인 풍경들 앞에 놓인 빨간 머그잔이 내 몸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질 때 비로소 몸에서 벗어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