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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윤슬 / 신타 어린 왕자처럼 내가 어느 별에서 왔을까가 궁금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디로 가게 될까 답답하던 불안에 쫓기던 시간이 있었다 높은 산에 올라 낮게 쏟아진 별들 내려다볼 게 아니라 낮은 강을 함께 흐르는 반짝이는 별 윤슬이 되자 태양이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이고 지구가 중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오지도 가지도 않을 뿐 그림자 없는 빛일 뿐 윤슬처럼 출렁이는 세상이라는 강물에서 그림자 드리우지 않는 사랑의 빛이 되어 흐르자 사랑의 빛으로 하나가 되자

詩-깨달음 2022.03.12

점 선 면 그리고 차원

점 선 면 그리고 차원 / 신타 중심점을 만들지 말라 기준선을 정하지 말라 단면에 집착하지 말라 시공간에 갇히지 말라 우리는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을 우주의 중심으로 착각하나 모든 곳이 중심일 뿐 중심이란 없다 우리는 저마다의 의식 안에 옳고 그름의 기준선과 좋고 나쁨의 기준을 세우지만 모든 건 나를 위해 일어날 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위치에서 보이는 면만을 또는 지금 보고 있는 면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게 환영이며 지구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환상 아니겠는가? 우주 안에 신과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내면에 신과 인간과 우주가 같은 차원에서 서로 다른 모습일 뿐이다 시간과 공간이란 시각과 청각이..

詩-깨달음 2022.03.11

어디에도 머물지 말자

어디에도 머물지 말자 / 신타 모든 게 나를 위해 일어나는 일이니 기쁜 일 있을지라도 기쁜 일에 화나는 일 있을지라도 화나는 일에 머물지도 말고 붙잡히지도 말자 참는 게 아니라 느낌대로 행하는 것이다 기뻐하고 씻어내자 화를 내고 씻어버리자 젊은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산전수전 겪어본 사람에게 공중전에 내전 內戰까지 겪어본 익어가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물 들어올 때 배를 띄우고 가고자 하는 곳 닿았을 때 마음 안에 떠 있는 배조차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나자 우리는 구름도 바람도 아닌 생각이거나 의식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일 뿐 다만 존재함일 뿐 그림자조차 있을 수 없는 몸이 있는 지금 여기로 능력과 기적이 흘러드는 아무것도 없는 빛일 뿐이니

詩-깨달음 2022.03.11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인생 나의 삶 / 신타 내가 빈 호주머니 털털털 털어 인생에게 술 한잔 사줄 수 있음도* 그가 텅 빈 내 호주머니에 넣어준 술값 덕분일 뿐 나는 빈손으로 태어나지 않았던가 내 인생을 믿지 않고 무엇을 믿을까 나를 믿고 인생을 믿고 삶을 믿는 삶이고 싶다 삶 안에 있는 내가 삶을 믿지 못하는 어리석음이여 인생이 내게 준 것임에도 내가 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자람이여 삶은 내게 인생을 주고 삶을 주고 술값을 주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술 한잔 사주련다 그와 함께 축배를 들련다 나의 인생 나의 삶을 위하여 * 안치환 곡 (정호승 시)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사 부분 인용

신작 詩 2022.03.11

돈오돈수와 점오점수

돈오돈수와 점오점수스님이나 불교인들한테서 더러 듣는 말 중에 하심 下心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깨달은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제대로 깨닫지 못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이를 등산에 비유한다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사람에게 하산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하심하라는 충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일반 대중이 아닌 견성 즉 깨달음의 문에 들어선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견성이란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비유할 수 있는 바, 고봉 등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하산 과정도 이에 못지않게 위험하다. 견성 상태인 기쁨의 고봉에 머물러 지내는 게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하심 또는 점수이다. 불교에서는 보림이라는 용어로 이를 나타내는데, 용어와 관계..

깨달음의 서 2022.03.09

내면이라는 단어

내면이라는 단어 / 신타 나는 외부에 있지 않은 내면에 있는 없음이며 내 안에 있는 내면이 곧 나 자신이기도 하다 과거는 기억 속에서 물방울처럼 떠오르며 나는 지금 여기에서 늘 열려있는 미래를 향한다 삶에 대한 믿음과 감사함의 심연 속에서 내가 소망하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밀고 나갈 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는 시공이 없는 내면에서 소망하는 현실을 상상하고 상상을 창조해내는 조각가다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고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는 내면이란 점이나 선 또는 면과 같은 단어일 뿐으로 점 선 면은 그려보일 수 있지만 내 안의 나는 그릴 수조차 없는 내면이란 의식 속의 단어이자 나 또한 내 안의 단어일 뿐이다

詩-깨달음 2022.03.08

내면이라는 무인도

내면이라는 무인도 / 신타 과거란 없다 기억 속에 있을 뿐이며 기억은 언제나 현재이기 때문이다 미래란 없다 상상 속에 있을 뿐이며 상상은 언제나 현재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떠 있거나 섬에 갇혀 있어도 우린 늘 지금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우린 누구나 현재라는 무인도에 표류하는 방랑자일 뿐이다 눈앞에 보이는 장난감과 빗소리와 몸에 닿는 빗줄기에 춤을 추다가 싫증을 내기도 하며 누구도 알 수 없는 내면이라는 무인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간다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하기도 하는 서로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내면이라는 무인도에서

詩-깨달음 2022.03.08

요천의 오후

요천의 오후 / 신타 여뀌 요 자를 쓰는 요천(蓼川) 바윗돌에 앉아 물 위에 뜬 오리를 그린다 윤슬 되어 반짝이는 햇살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무리 지어 노니는 오리들 바라보는 나는 홀로 앉아 옷깃을 여미고 있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거기 머물러 있는 바람에 밀려오는 물결처럼 물결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바람 쓸쓸한 삼월 어느 날 시로 그리는 요천의 오후 춘향교 위 햇살은 오늘도 그리움에 눈 부시다

신작 詩 2022.03.06

깨달음이란 과정일 뿐이다

깨달음이란 과정일 뿐이다/ 신타 나를 비우는 게 아니라 깊이 뿌리 내린 두려움 그것을 없애는 것일 뿐 내가 나를 비운다는 말은 눈이 눈을 본다는 것처럼 말에 지나지 않는 허깨비 보이는 모든 게 나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나이며 나란 사라질 수 없는 존재인 밝음 속에 한 꺼풀 밝음마저 더 벗겨지고 사라진 그 자리 오롯하게 서 있는 거기 나는 저마다 내면에 자리하는 두려움 우리가 정녕 바라는 깨달음이란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일 뿐이다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 환해지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영감의 빗물 담아내는 과정이다

詩-깨달음 202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