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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낮잠 / 신타 문학회 회원 작품 전시 중인 미술관 함께 관람한 후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월차의 반인 반차를 내고 참석한 자리에서 모처럼 술 한잔해서인지 3시쯤 잠들었다 깬 어렴풋이 보이는 숫자가 5인지 9인지 가물가물 애써 정신 차려 보니 아직 6시가 되지 않았고 출근 시간 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창밖을 본다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환하게 밝아오고 있어 출근 준비하며 휴대폰 안에 있는 달력을 보니 날짜가 안 넘어가고 어제로 나오는 거다 왜 이러나 싶어 앱을 닫았다 열어도 마찬가지 그제서야 혹시 오후일까 싶어 확인해보니 이런... 세상에 없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 기분이다 반차를 낸 오후, 반주에 취한 낮잠이 이태백이 살던 달나라로 나를 보내주었다

신작 詩 2022.03.17

우리는 모두 계절이다

우리는 모두 계절이다 / 신타 허공에 수많은 손을 뻗어내 멍울진 손이 봄에 닿았을 때 목련은 꽃을 피운다고 한다 허공 속에 가득한 계절 중에 봄기운이 절정에 달했을 때 목련은 잎을 피운다고 한다 계절은 공중에 가득하며 바뀌는 건 계절이 아니라 우리가 입는 옷일 뿐이다 하얀 봄옷을 좋아하는 목련 더러는 자주색 나들이옷 꺼내어 입을 때도 있는 목련꽃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지금 여기 머물다 때가 되면 옷을 바꾸어 입는 계절이다

신작 詩 2022.03.16

요람과 무덤 사이

요람과 무덤 사이 / 김신타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고통이 있었다"*가 아니라 다만 기억이 있었을 뿐이다 고통의 기억일 수는 있겠지만 밀물처럼 다가왔다 썰물처럼 사라지는 고통 남는 것은 고통의 파도가 아니라 파도가 가라앉은 기억의 바다일 뿐이다 만약에 기억이 없다면 그까짓 고통이 무슨 대수랴 주삿바늘 들어갈 때의 따끔함과 다를 게 무엇이랴 살면서 기억나는 게 고통뿐인 사람은 불안한 밤이며 기쁨인 사람이라면 그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다 지난 뒤에 돌아보면 고통도 사랑이 되며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기쁨으로 물드는 황혼이 되자 깊게 익어가는 노을빛이 되고 웃음으로 빛나는 저녁이 되며 평안을 담아내는 어둠이 되어 아름다움을 꿈꾸는 밤이 되자 *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 「숙명」 ..

고정관념과 믿음에 대한 단상

고정관념과 믿음에 대한 단상 고정관념의 다른 이름은 믿음이다 믿음을 아무리 포장지로 포장해도 단단하게 고정된 관념일 따름이다 달리 말하면 화석화된 기억이거나 그러나 고정관념이든 믿음이든 무조건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믿음이라면 얼마나 좋은가 믿음을 보다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애를 써왔던가 따라서 고정관념이든 믿음이든 이름을 가지고 따질 게 아니라 삶에 유용한가 아닌가를 따져 버려야 할 건 아낌없이 버리고 간직할 건 간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고정관념이든 믿음이든 믿음이 곧 고정관념이며 고정관념이 곧 믿음임을 바로 알아 믿음과 고정관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일이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다 / 신타 예전엔 돈에 있어서 남들보다 잘사는 삶 적어도 남들 못지않은 삶이고 싶었으나 이제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즐거운 삶도 즐겁지 않은 삶도 아닌 지금 볼 때 좋아 보이는 삶이 아닌 그때그때 내가 좋은 삶 말이다 삶은 꿈이고 죽음은 꿈에서 깨어남이라는 구절이 있다* 시달리는 꿈이 아닌 아름다움을 꿈꾸기로 했다 다만 조심하되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모든 게 나를 위해서 일어난다는 사실 받아들이되 조심하기로 했다 과거도 미래도 없는 우주에 현재만이 가득한 세상 비록 시간은 아닐지라도 결과는 내 뜻대로 되는 세상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 각자를 위해서 일어나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이루고 싶다 내가 이룬 세상에서 세상 사람들 모두 함께 아름다움을 꿈꾸며 살..

詩-깨달음 2022.03.14

판단과 결정은 내일도 늦지 않다

판단과 결정은 내일도 늦지 않다 / 신타 있음의 있음이란 계속되는 환상일 뿐 없음의 있음만이 영원한 살아있음이다 우리는 없으면서도 있고 있음인 동시에 없음이나니 아무것도 미리 판단하지 말며 예단에 따라 미리 결정하지도 말자 판단과 결정은 내일도 늦지 않고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불안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죽음이란 없으며 삶이 영원하다는 자각 영원한 삶에서 우리가 곧 없어서는 안 될 현재라는 믿음 머리에서의 받아들임이 가슴으로 내려오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를 깨달음이라고 부르며 여기에 믿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는 믿음에서 텅 빈 빛이라는 깨어남을 거쳐 다시 없음의 있음이라는 가슴으로의 깨달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외침과 0도와 360도는 같지만 같지 않다는 담론 '없음의 있음..

詩-깨달음 2022.03.14

부활

부활 / 신타 시작은 날카롭고 뾰쪽한데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린 뒤 피어난 꽃은 동그랗고 무디다 사람들은 말한다 초심을 잃었다고 그러나 초심은 찌르는 창칼일 뿐 벌 나비 어울리는 꽃향기 아니다 봉오리에서 머물 게 아니라 꽃향기로 모두와 함께한 자리 열매에게 사랑을 내주어야 한다 꽃진 자리에서 거름이 되며 나무를 키우는 뿌리가 되어 열매를 욕심내지 말 일이다 봉우리에서 꽃이 되고 꽃이 진 다음 열매 맺으며 열매에서 씨앗이 될 일이다 어둠의 땅에 묻히면 초심처럼 새싹이 돋고 꽃향기 다시 부활하리니

詩-깨달음 2022.03.13

호수의 계절

호수의 계절 / 신타 1 봄날은 왔는데 봄빛은 가득한데 개나리꽃은 노랗게 폈는데 노란 개나리꽃은 눈부신데 마음은 아련하고 그대 소식은 아득하고 그대를 찾아 어찌하리오 서러워 서러워 가신 님 그대는 찾아 무엇하리오 서럽게 서럽게 보낸 님 2 내가 지은 그대의 시를 읽으며 가슴이 다시 벅차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알 수 없어요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의 불길은 잦아드는 듯 타오르고 잦아드는 듯 타오르고 그대는 누구인가요? 3 다가오는 사월, 봄 길에 뿌려져 있는 눈부심, 빛 그대 어느덧 나타나 겨울은 까맣게 지워지고 꽃샘추위마저 기억 저편 하얗다 따스함 옆에 태양을 두고 부드러움 곁에 바람을 매어 놓은 채 그대 다가오면 꽃은 훌훌 옷을 벗어버리고 햇볕은 나신 裸身의 눈부심에 아득하며 바람은 꽃으로만 다가가 속삭이..

천변길

천변길 / 신타 옅은 시냇물 잔물결로 흐르다가 스치고 지나가는 모래톱 위 할미새 닮은 물새들 한가롭고 냇가를 지나는 사람들 또한 주말을 맞은 물새처럼 가볍다 바람은 불어오고 미처 봄옷으로 갈아입지 못한 갈대 삼월 초순은 여전히 빛바랜 옷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과거와 미래 사이 틈이 아닌 현재란 늘 펼쳐진 시간이라는 자각 천변 따라 이어진 길 현재가 바로 천변길임을 물새와 냇물조차 알고 있는데 시멘트길 위 현재를 딛고 걸어가는 사람들만 무엇인지 모르는 채 열심이다

詩-깨달음 2022.03.12

모든 순간이 현재다

모든 순간이 현재다 / 신타 현재란 찰나가 아니라 일상처럼 늘 함께하는 영원한 생명의 대지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눈 깜짝할 순간이 아니라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이다 바닥을 디뎌야 설 수 있듯이 우리는 늘 현재를 딛고 서 있다 모든 순간이 바로 현재인 것이다 과거와 미래가 따로 있지 않은 현재의 기억이 과거일 뿐이고 현재의 상상이 미래일 뿐이다 오직 지금 여기에서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일 뿐 우린 누구도 현재를 벗어날 수 없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태양 또한 빛난다 우주는 언제나 현재일 뿐이다

詩-깨달음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