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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신타 한때는 애타게 기다렸지만 이제는 몸에 스며든 봄 오는지 가는지도 모를 봄날의 아련함이여 귀에 익은 노랫말처럼 연분홍 치마에 휘날리는 봄바람 따라 물에 떠서 가는 세월이여 너와 나 이제 하나가 되어 세월 속의 유행가처럼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봄날이 가는구나 계절은 돌아오지만 나는 언제나 그 자리인 몸의 수명이 아닌 내 삶은 봄날과 함께 영원을 걷는구나

신작 詩 2021.06.01

방학

방학 / 김신타 1주일에 한 번 있는 문예창작반 수업 40대에서 7,80대까지 모여서 배우는 얼굴 마주보며 수다떠는 것도 즐거운 예전에 했던 일과 직위가 중요치 않은 시를 읽고 쓰고 토론하며 다듬는 시간 3개월의 수업이 끝나고 방학이란다 3개월의 긴 방학이 아쉬운 마음 마음 종강을 기념하며 점심을 함께 하고는 단체카톡방에서라도 시를 향한 불씨 꺼지지 않도록 할 것임을 다짐해본다

신작 詩 2021.05.27

사랑과 애착 2

사랑과 애착 2 애착이란 사랑하거나 좋아하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이나 물건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반면 신은 우리를 사랑하면서도 애착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지 이를 허용한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을 진실로 사랑하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부여한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부모가 흔히 그러하듯,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자녀를 자기 생각 속에 묶어두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녀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허용하는 게 진정한 자녀 사랑이다. 자녀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그들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음이다. 차 조심, 사람 조심하라고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성인이 된 자녀를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 내 뜻대로가 아니라..

깨달음의 서 2021.05.20

'나'라는 보물찾기

'나'라는 보물찾기 / 신타 모두가 나다 나 아닌 사람이 없다 우리는 모두 개체인 동시에 전체다 기억을 잃어버린 신이므로 자신과 서로 다투는 삶을 살지만 신으로서의 자신이라는 보물찾기를 하고 있음이다 우주 전체인 신이 수많은 개체로 태어난 모습이며 전체로서 움직이는 개체이자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는 신이다 고로 사랑과 평화는 기억을 되찾는 것에서 가능하며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기억을 인간 삶에서 되찾는 놀이일 뿐이다

詩-깨달음 2021.05.16

오월의 꽃

오월의 꽃 신타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 아니라 하얀 꽃의 계절이 아닐까 싶다 찔레와 아카시아꽃을 비롯하여 때죽나무 층층나무 산딸나무 등등 신록 속에서 온산이 하얗게 빛난다 보릿고개 시절엔 밥처럼 보였겠지만 지금은 흰 눈이 내려앉은 듯한 이팝나무 유일하게 오동나무꽃은 연한 보랏빛 어쩌다 산중에서 고상한 모습이다 유난하게도 하얀 꽃 중에 빨간 꽃 그래서 계절의 여왕이 되었으며 여왕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오월의 꽃은 하얀빛인 걸까

신작 詩 2021.05.15

사랑과 애착

사랑과 애착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책에서 니체가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극복해서 위버멘쉬 또는 초인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며 나아가 자신의 몸마저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조차 기꺼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들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는 가르침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형적인 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이 유형의 물질을 덜어내는 것이든 기억된 관념을 덜어내는 것이든 말이다. 아무리 우리가 빼고 덜어낸다 해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형적이고 물질적인 재산이나 자신의 신체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마음속에 가진 그것들에 대한 애..

잃어버린 신神

잃어버린 신神 신이란 나로부터 어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늘 함께 하는 즉 내가 바로 신이다. 신은 무소불위無所不爲한 존재이므로 나에게서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내가 곧 신이자 동시에 세상 모든 게 곧 신이다. 이 세상에 신 아닌 게 없다. 심지어 허공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 대상까지도 모두가 신이다. 따라서 인간인 우리는 신 안에서 독립된 존재이지만, 신의 의지 안에서 자유의지를 가지는 것이며 또한, 모든 존재는 신의 형상 안에서 형상을 가질 뿐이다. 즉 신은 인간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형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높은 것에서 가장 낮은 것까지, 가장 아름다운 것에서 가장 추한 것까지, 그리고 가장 선한 것에서 가장 악한 것까지 신 아닌 게 없다. 그래서 신은 전지전능..

깨달음의 서 2021.05.09

푸른 계절

푸른 계절 신타 꽃은 눈을 들뜨게 하나 잎은 눈을 차분하게 하며 붉고 흰 꽃도 아름답지만 푸른 산과 들도 시원하다 빨라지는 절기 때문인지 사월임에도 온 세상이 푸르다 이따금씩 이팝나무 꽃송이 눈이 배부르게 담겨있는 계절 보릿고개 지난 지 한참이건만 마음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임산부 좌석에 앉아야 할 너나 할 것 없이 만삭임에도 마음의 충만은 멀기만 하다 옆에 있는 아카시아꽃 따 먹어도 좋으련만

신작 詩 2021.05.03

홍어 / 이정록

홍어 / 이정록 욕쟁이 목포홍어집 마흔 넘은 큰아들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년이다 양쪽 다리 세 번 톱질했다 새우눈으로 웃는다 개업한 지 십팔년하고 십년 막걸리는 끓어오르고 홍어는 삭는다 부글부글,을 벌써 배웅한 저 늙은네는 곰삭은 젓갈이다 겨우 세 번 갔을 뿐인데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좆을 내온다 남세스럽게 잠자리에 이만한 게 없다며 꽃잎 한 점 넣어준다 서른여섯 뜨건 젖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뒤로는 밤늦도록 홍어좆만 주룩럭거렸다고 만만한 게 홍어좆밖에 없었다고 얼음 막걸리를 젓는다 얼어죽은 남편과 아픈 큰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우리집 큰놈은 이제 쓸모도 없는 거시기만 남았다고 두 다리보다도 그게 더 길다고 막걸리 거품처럼 웃는다 이정록,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