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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신」 중에서

신은 창조적인 모든 것의 원천이긴 하지만, 답은 창조적인 것이 아니다. 너에게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창조하기를 멈춘다. 답은 창조성을 죽인다. 어떤 것에 최종 답은 정말 하지 마라. 아마도 '가능한 답'이나 혹 '잠정적인 답'은 몰라도, '최종 답'은 절대로 아니다. 궁극적으로 삶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 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가?"인데, 그것은 절대로 최종 정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이다. 질문 속에 머무르고, 언제나 계속 궁구하라. 왜냐하면, 궁구 속에 창조할 힘과 동기와 열정이 있고, 창조야말로 삶 그 자체라고 불리는 전 과정에 걸쳐, 결코 끝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해서 명백하게 드러내는 신의 영광이기 때문이다. 내일의 신 ㅡ 닐 도날드 월쉬 지음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신타 연한 살구색 긴 망사 치마 안에 짙은 색 무릎치마를 받쳐입은 보일 듯 말 듯한 신선함에 정숙함이 겹쳐 보이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스쳐 지나간다 글로써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몇 칸을 건너 드디어 그녀를 발견하고는 비어있는 옆자리에 앉는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자리에 앉은 치마에는 이제 신선함도 정숙함도 아름다움도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아침이다 춘향골 남원으로 가기 위하여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린 그림

신작 詩 2021.06.20

평안

평안 / 신타 저물녘 빗속을 운전하며 집 앞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시동 끄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들을 때, 평안이 내게 음악처럼 머문다 오십 중반을 넘겨도 여전히 빗속을 달리고 있을 때, 오늘의 수고가 오늘을 버틸 뿐 내일을 감당하지 못할 때, 불안이 차창 밖 빗물처럼 번진다 어둠과 함께 불안이 잠들고 나면 비바람은 어제의 기억이 되고 또 다른 오늘이 파랗게 열린다 하루의 수고로 오늘을 감당할 수만 있어도 평안은 행복과 함께 언제나 그 자리다 내가 그들 곁을 떠나 파랑새를 찾아 헤매도는 것일 뿐 그들이 내 곁을 떠난 적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2021.06.16

내려놓음

내려놓음 / 신타 모든 게 나를 위해서 일어난다는 생각과 믿음의 강을 건너서 앎으로 체득될 때 우리는 스스로 충만해진다 나를 위해서 일어난 사건이며 보기 싫은 사람조차 나를 위해 행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감정의 앙금이 있을 수 없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음이다 내려놓음이란 생각이 아니라 맺힌 감정이 풀어지는 것이다 감정이 기억을 끄집어내고 생각을 통해 기억이 왜곡될 때 감정은 더욱 증폭되며 오랫동안 스스로 괴롭다 감정이 사라질 때 우리는 평안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내려놓는 것이다

詩-깨달음 2021.06.14

세월의 가려움

세월의 가려움 신타 발바닥이 가려워 새시 문틀에 대고 긁으니 그러지 않아도 닿으면 간지러운 곳인데 발바닥 가운데 용천혈쯤 되는 거기 등처럼 시원한 게 아니라 간지러움에 아찔하다 세월이 머리에서 등을 지나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걸까 그러고 보니 목덜미도 가렵고 사타구니도 가끔 가려웠던 기억 온몸에 쌓인 세월의 더께가 벗겨지고 있는 것인지도, 영혼이 다시금 맑아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신작 詩 2021.06.14

인형 옷 입히기

인형 옷 입히기 신타 나는 사랑스러운 몸을 타고 내 몸은 자전거를 탄 채 바짓가랑이 실밥 터진 옷을 수선하러 간다 속옷이나 고샅이 보여도 인형 같은 내 몸은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는 남들 앞에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내 몸 구석구석 눈이 있고 귀가 있어도 안경이 풍경을 볼 수 없고 보청기가 소리를 들을 수 없음이다 안경을 통하여 보는 것이듯 눈을 통해서 내가 보는 것이며 보청기를 통하여 듣는 것이듯 귀를 통해서 내가 듣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내 몸은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다 가끔은 뛸 듯이 기분이 좋고 때로는 손끝 하나 움직이기 싫은 기분에 살고 감정에 죽는 내 몸에 입힐 옷을 수선하러 자전거 타고 가는 몸과 더불어 내가 길을 기억하며 간다

신작 詩 202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