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사랑의 느낌

절정

신타나몽해 2015. 4. 12. 16:50

 

절정

 

김석기

 

그대 떠나고 나의 가을은

술 취한 잠에 물든 채

한 잎

두 잎

정처 없이 흩어져만 갑니다

 

가파르게 오르던 기쁨의 수은주는

아침 햇살에 이슬처럼 사라지고

나의 하루는 절벽 앞에서

한없이 깊어져만 갑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당신의 손길에 길들여지고

눈길에 몸을 떨었으며

입김에 젖어들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친구는 다정히 위로해 주지만

나는 여전히

올라온 만큼 올라와 있는 것입니다

많이 아파해도 사랑이 아님을

다만 상처가 깊은 아쉬움임을

스스로 돌이켜 봅니다

 

아픔과 상처에 감사하며 오히려

아쉬움의 절벽을 타고 오릅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절정에서 꽃을 피우며 사랑은

강요로 열매 맺을 수 없으니까요

 

아쉽고 서러워도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그대가 원하는 삶이기를

눈물로 다짐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처럼

그대가 원하는 삶을

나도 원하기 때문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대를 찾아가 칼을 들이대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찔러 죽이는 것입니다

 

차라리 그 칼로

내 가슴을 찌르겠습니다

내 가슴을 찢어

가득한 정욕을 피에 적시고

눈물로 씻고 씻어

그늘에서 오래도록 말리렵니다

사랑으로 싹이 틀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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