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자유란 무엇인가?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2. 6. 09:19

우연히 카페에서 지난 연말에 그만 둔 직장의 동료직원을 만났습니다. 직장 그만 두니까 자유롭고 좋지 않느냐며 그가 내게 물어오더군요.

그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예전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직장 생활 그만 두고 먹고 살 수 있으면 무척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유란 외부 상황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자기규정에 달려있음을 나는 이제 알았다.」

 

직장에 매여있다고 느껴서 또는 인간 관계가 불편하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 둔다면 그는 자유로워질까요?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 내 생각으로는 아닙니다.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자기 내면에 자신에 대한 자기규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또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

또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

 

위와 같은 자기규정이 자신 내면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스스로 없애야 합니다. 이러한 자기규정이 자신 안에 있음을 스스로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발견하기만 하면 그걸 없애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남 탓을 하지 말고 모두 내 탓으로 돌려야 한다는 말도 흔히 듣게 되는데, 모든 것은 남 탓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탓도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나 자신에 대한 자기규정 탓이지요.

 

내 탓이라는 말과 내 안에 있는 자기규정 탓이라는 말은 인격과 비인격의 차이만큼이나 그 차이가 큽니다. 즉 내 잘못이 아니라 내가 어떠어떠하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자기규정이 잘못인 것입니다.

 

나는 예의 바른 사람이다라는 자기규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 예의가 바르지 못한 사람은 보면 대번 지적을 하게 됩니다. 더구나 자신보다 연하인 사람을 보면 더욱 그렇더군요.

 

또는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라는 자기규정이 있을 경우, 공동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나와 같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지 않느냐며 지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기보다는 지적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기분 나빠합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안좋은 것이든 관계없이 이렇듯 자기규정은 타인과의 충돌을 불러와 타인은 물론이려니와 자기 자신마저 힘들게 합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하네, 라는 옛 선사의 글이 있는데 이게 바로 자기규정이 없을 때 가능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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