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상상 견성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1. 25. 06:49

너무나도 아이를 갖고 싶을 때 즉 임신을 하고 싶어도 오랜 기간 동안 임신이 안될 때 우리는 상상 임신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헛구역질이 나는 등 일견 본인 자신도 진짜 임신으로 착각할만한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하죠..

이는 우리의 간절한 욕망이 착각을 불러온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상 임신이 소위 깨달음이나 구도의 과정에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상상 견성이라고나 할까요.

얼핏 보면 본인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주위에서 봐도 깨달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의 결정적인 특징은 자신도 모르게 세상 사람들을 깨달은 사람과 깨닫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하는데, 이는 자신은 깨달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세뇌시키고자 하는 무의식적 행동입니다.

깨달음이란 스승 등 다른 누군가에게 인가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확신이 드는 것입니다. 저절로 타는 목마름이 사라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르던 사실들이 그냥 하나 둘씩 알아지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화두 타파될 때처럼 한꺼번에 폭발하듯이 알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내 경우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을 들어보면 그렇습니다.

여하튼 그것이 일순간에 일어나든 순차적으로 시간을 두고 일어나든 초견성을 지나 깨달음이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된 다음에는 결국 같은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저마다 동서남북 다른 쪽을 가리켜도 그들 깨달음의 위치가 동서남북으로 퍼져 있을 뿐 하나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예를 든다면 동쪽에 있는 사람은 가운데를 보라고 할 때 서쪽을 가리킬 것이며 서쪽에 있는 사람은 동쪽을 가리키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스스로 확신이 없어 자신이 깨달았음을 계속 확인해야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는 상상 견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구루병에 걸린 것이지요. 매우 힘들겠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므로, 마음이 차분하지 않고 자신이 깨달았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고 싶다면 상상 견성이 아닌지 한 번쯤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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