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바퀴벌레도 선을 지향한다

신타나 2020. 7. 9. 03:54
바퀴벌레도 선을 지향한다


선과 악으로 나누고 정의와 불의로 나누는 것, 등등이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다. 선을 지향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 같지만, 마음속에서 선악을 비롯한 모든 것을 이원적으로 분별하는 잣대인 자기규정 (또는 정체성.identity, 신념)을 없애는 게 바로 긍정적인 자세이며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자기규정, 정체성(identity), 신념 등을 처음부터 거부해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이게 바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뼈이거나 살과도 같다. 그리고 자기규정이나 정체성, 신념 등은 하나의 실체를 각기 다른 측면에서 보고 붙인 이름이며, 무엇이라 이름하든 이 모두는 아침이슬과 같다.

영롱하게 맺히는 이슬을 처음부터 거부하거나 염려하는 게 아니라, 밤새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형성된 자기규정 등을 수시로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자각한 다음에는 간직하려 애쓰지 말고 내버려두어야 한다. 내버려두기만 하면 마치 아침이슬처럼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은 또한 우리 몸속에 있는 뼈와 살로도 비유할 수 있다. 뼈와 살이 있어야 몸으로 유지되지만 한번 생긴 뼈와 살을 계속 고수한다면 그게 바로 고름이거나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생겨난 뼈와 살 즉 세포는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버려져야 한다. 버려지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를 지탱하는 보석이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버려야 할 쓰레기이거나 몸속의 노폐물 또는 때일 뿐이다. 몸에서 느껴지는 오줌똥이나 눈에 보이는 때는 수시로 버리면서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자기규정이나 신념, 정체성 등은 고수하려 드는 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더욱이 그것이 종교와 관련된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믿음 또는 진리, 법이라는 이름으로 보물쓰레기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한때는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났지만 지금은 버려야할 쓰레기임에도 말이다. 자기규정이나 정체성, 신념 등이 자각될 때가 바로 버려야 할 때이다.

버린다 함은 다름 아닌, 의식 속에서 이들을 자신이거나 또는 자신의 것이라며 유지하고 간직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내버려두기만 하면 저절로 버려지고 새로운 자기규정, 정체성, 신념 등으로 대체된다. 자기규정이나 정체성, 신념 등이 자각될 때, 내가 지금까지 이걸 나로 생각했구나 하는 정도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나머지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저절로 이루어진다.

제발 오줌똥을 몸속에 간직하려 들지 말자. 입으로 들어갈 때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버려야할 오줌똥이 될 뿐이다. 믿음, 진리, 법을 자신 또는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기규정, 정체성, 신념이 자신의 믿음, 진리, 법이 되는 순간 우리는 쓰레기가 된 보물을 여전히 보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빛나던 자기규정, 정체성, 신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각될 때는 미련없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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