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 신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도는 것으로 보이듯
새싹이 자라고
잎이 피는 것처럼 보일 뿐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해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도는 모습이 바로
허상인 것일 뿐
밖에 있는 게
안으로 모이는 것
처음엔 씨앗이었다가
한 톨 씨앗이 썩어 생겨난
몸뚱이가 허상이라 해서
내가 없는 것이 아니며
밖에 있는 것들이 내 안에서
하나로 연기되는 우주
산삼 한 뿌리에
땅의 기운이 담기듯
나란, 태양을 포함한
우주를 감싸 안는 중심
무형조차 아닌
아무것도 없는 무이며
아무것도 없음이기에
모든 것이기도 한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도는 것이며
무 無인 내가 아니라
보이고 들리는 게 환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