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 산그리메 / 신타
가까이는 어둠이지만
어둠의 절벽이지만
산그리메 너머엔
먼동이 터온다
붉은빛 가득
지금은 절망이지만
절망의 심연이지만
심연 깊숙한 곳엔
절망조차 없다
희망과 절망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모든 게 있기 때문이다
희망도 절망도 없을 때
절망처럼 희망이 피어오른다
어둠 속 절벽에 뻗은 나뭇가지
희망이라는 손을 놓쳤을 때
한 손으로 쥔 절망조차 놓아라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이
먼동처럼 붉게 번져오리라
「사진 : 이흥재 사진작가 작품 촬영」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이흥재 사진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