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나는 어디에도 없다

신타나몽해 2022. 1. 2. 21:10
나는 어디에도 없다


나는 분명 살아있지만, 또한 나는 어디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신이 분명 살아있지만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일찍이 니체는 이를 두고 「신은 죽었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주 어느 한구석에서 반짝이는 금빛 의자에 앉아있는 신은 없다는 의미에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은 사실 없다. 우주 한 모퉁이든 한가운데든 어느 한 곳에 있는 신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관념적으로 신을 무소부재한 존재로 만들어놓고는, 금빛 보좌에 떡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모든 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살아있듯이 신 또한 분명히 살아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 살아있기에 무언가를 역사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살아있음이 바로 신이 살아있음의 증거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몸의 살아있음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신과 마찬가지로 몸으로 살아있는 게 아니다. 우리 또한 무소부재한 존재다. 그래서 다중우주가 있으며 그 모든 곳에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몸으로 우주  여기저기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몸은 비록 여기 지구에 분명코 살아있지만 우리는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도 없기에 모든 곳 또는 우주 여기저기에 존재할 수 있음이다. 우리는 몸뚱이로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없음인 무 無 또는 텅 빈 침묵으로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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