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바다처럼 / 신타
어떤 시는 기가 막히고
대부분의 시는 시들하다
내가 쓴 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누가 쓴 시인가 싶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그렇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는커녕
내 마음도 울리지 못하는
그냥 그런 시를 쓰면서
시상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오늘도 세상을 살아간다
고마움 속에서 살아간다
내가 살아있다는 게 말이다
글자로 써놓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살아있다는 게 무엇일까
스스로 존재함을 의식하는 것일까
아무튼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원망과 감사가 혼재하는 내 안에서
지금은 감사함 쪽을 선택하지만
어느 때 또 원망을 선택할지 모르는
그렇다 하더라도 또한
선과 악이 혼재하는 내 안에서
악을 멀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 모두를 기꺼이 수용하는 동시에
다만 선의 길을 택하고자 한다
태풍을 두려워하며
멀리하고자 애쓰는 바다가 아닌
잔잔함과 파도 모두를 받아들이면서도
다만 잔잔한 물결을 향해 나가는
바다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