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장마비

신타나몽해 2023. 6. 30. 10:34

장마비 / 나신타


끊어질 듯하다가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길게 이어질 듯하다가도
어느샌가 개어있는 날씨

처마 밑에 빨래 널었다가
이삼일만에 다시 거둬
방안에서 더 말린다

장마철 빗소리가 제행무상 諸行無常
빗소리 듣는 내가 제법무아 諸法無我

끝날 것 같지 않아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편안함이든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전염병이든

지금의 나, 항상 恒常 한 것 같아도
변하지 않는 나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든
아니면 거부하고 싶은 나 자신이든

나란 없음이면서 있음이다
연기 緣起 하기에 없음일지라도
영원히 연기하기에 있음이기도 한
불생불멸 하는 무형의 있음인 것이다

지루한 장마도 끝이 있으나
장마비는 매년 반복되는 것처럼
순환하는 유형 有形은 끝이 있지만
순환이라는 무형 無形, 그는 끝이 없다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어나무 숲  (0) 2023.07.06
슬몃거리다  (0) 2023.06.30
소망  (0) 2023.06.24
포도와 우주  (1) 2023.06.22
사별  (1) 2023.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