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느 철학 교수가 오래전 신문에 기고한 칼럼 제목이 '나만이 나만이' 였다. 인간 사회의 많은 문제와 사건이 '나만이' 즉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다시 '나만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있다. 이 세상에는 나만이 즉 자기 자신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현재 약 77억 명의 인류가 있지만, 각자가 자기 자신만이 혼자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77억 명이나 살고 있는데 각자 자신만이 혼자 지구상에 산다는 얘기는 또 무엇일까? 외부 세계의 현실적인 모습은 77억 명일지라도 내면적으로는 각자가 혼자 존재하고 있음이다. 이는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인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과 같다. 외부 세계의 현실적인 모습은 모두가 꿈이나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또는 번갯불과 같다는 얘기다.
불교 경전에는 여기까지만 나와 있으므로,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게 허상이라면 실상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냐는 의문이 우리를 허무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외부의 현실 세계만이 있는 게 아니라, 밖으로 즉 오감으로 감각되지는 않지만 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내면세계가 있다. 내면에는 77억 명이 아니라, 오로지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 77억 명 인류 각자가 내면으로는, 지구상에 오로지 자기 한 사람만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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