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오래된 기억

신타나 2024. 10. 26. 06:26

오래된 기억 / 김신타


신작로를 향해 난 안방
문 열었다 닫으면 그야말로
황소 같은 겨울바람이 따라 들어왔다

엄마는 장사 때문에 늦게 오시고
초등학교 삼 학년이었을 누나가
구멍 난 내 양말을 기워주었다
한 살 터울인 나를 위해
뒤꿈치에 얇은 스펀지를 대고

뒤꿈치 구멍에 스펀지를 대는 것은
내 생각에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매우 따뜻할 것 같았다

이튿날 학교 갔다 오니
스펀지 자국만 남았을 뿐
다시 구멍 난 양말을 보시고는
엄마는 누나를 야단치셨다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
칠십 줄에 들어선 누나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

어린 누나를 사랑으로 품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 시절의 어머니를 이젠 내가
사랑으로 품어 안아야겠다

어린 시절 내 어머니보다
삼십 년쯤 더 산 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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