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발효 그리고 잔상 / 김신타
어제 보았던 기억을
오늘 다시 꺼낸다면
그것은 점점 시들어 가는
냄새나는 열매가 될 것이다
어제의 기억은 땅속에 묻어놓고
눈을 들어 오늘 다시 바라볼 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켜켜이 쌓여 숙성이 될 것이다
어제 본 것
어제 들은 것
굳이 다시 꺼내지 않아도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잔상을 떠올리지 말자
어제 보았거나 들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잔상일 뿐이다
어제 아름다웠던 것도
아름답지 못했던 것도
오늘 다시 그림을 그리자
잔상을 곱씹을 게 아니라
새로운 종이 위에
새로운 기억으로 채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