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의 세계

인간(人間)과 신(神)

신타나몽해 2005. 8. 20. 20:57
 

                                   인간(人間)과 신(神)

 

 

< 1 >
신에 대한 인식 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그리스-로마 신화시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그리스-로마 시대는 그 이전 원시 시대와 별반 다를 게 없을 터이니 결국 우리는 원시 시대 사람들과 다를 게 별로 없다는 말이 된다.

 

천둥소리에 놀라 나무 밑에 숨어 벌벌 떠는 원시인이나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을 무언가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현대인이나 다를 게 무엇인가?

 

우리는 정신적 원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은 우리가 지극한 존칭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여 노여워하거나 자신을 욕한다 해서 벌주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아직도 신에게 극 존칭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현대인이나 사진 찍을 때마다 영혼을 조금씩 빼앗긴다 하여 사진 찍기를 거부하던 근대인이나 다를 것도 별로 없다.

 

 

< 2 >
신에 대하여 한없는 두려움을 갖고 있던 원시인이나 신과 인간을 대등한 감정과 이성을 갖고 있는 존재로 생각한 고대 그리스-로마인이나, 첨단 과학문명을 자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나 신에 대한 두려움에는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하여 현대인보다도 앞선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부딪힌다든지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을 달리는 자동차가 치어 사람이 죽었든지 간에 교통사고로 죽는 것이나 장맛비가 쏟아지는 여름철 논에 물꼬 보러 나갔다가 벼락에 맞아 죽은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두 경우 모두다 자연의 법칙과 우연한 사고에 따라 죽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생각하고 하나는 무언가 이상한, 혹시나 신의 뜻이 개재(介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이 현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과학문명이 발전했으면, 정신문명이 발달했으면 그에 걸맞게 신에 대한 인간의 생각도 발전하고 발달하여야 할 것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의 신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원시인 수준 그대로이다.

 

혼자 생각하면서 신을 원망하거나 비난한다 해서 신이 인간의 머릿속 생각마저 들여다보고는 자신에게 벌을 주지는 않을까 겁을 내는 것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신은 그런 옹졸한 인간이 아니다.
자신에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존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여 벌을 주거나 괘씸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모습일 뿐이지 결코 신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 인간으로서는 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알 수 없으며 또한 그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는지조차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처녀를 동굴 속에 있는 괴물에게 바쳐야 마을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다는 오래전 시대의 예언자 내지는 무당의 말과도 같다.


  

 자란 김석기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