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의 세계

있어야 할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신타나몽해 2005. 7. 29. 09:26

       있어야 할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중학생 시절, 어느 날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은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주제의 말씀을 하셨다.
30년의 세월이 더 지났건만 왜 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이 말이 생각나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동안에도 어쩌다 한 번씩 생각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에 와서야 내 나름의 논리가 명확히 세워진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으니
그 첫째는,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있어야 할 사람'이 있으며
그 둘째로는, 이 세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있고
마지막으로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는 말씀과 함께 우리는 누구나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나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좋은 말씀이셨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과연 그 말이 맞는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을 지지하다 기독교 교황청에 의해 1600년 공개 화형당한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다노 부르노는, 중세 유럽 로마 교황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그 시대에는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유대교 대제사장의 간청에 의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는, 로마의 식민지 통치를 받던 유대 민족에게 있어서는 신성 모독하는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또한, 거꾸로 부르노를 화형시킨 중세 유럽 로마 교황청의 교황을 비롯한 기독교 성직자들이나 빌라도 총독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죽여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한 유대교 성직자인 대제사장은 그 시대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그리고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란 말은 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인가.
전쟁터에 나가서 이름난 장수나 장군과는 달리 맨 앞에서 적군의 창이나 총에 맞아 이름도 없이 죽어간 졸개나 병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란 말인가.
뛰어나지도 않고 이름을 떨치지도 못하나 저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그저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라는 말하는 것은 얼마나 무지하고 몽매한 짓인가.

 

결론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있어야 할 사람과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으로 구분될 수 없으며 모두가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중요하고 다 같이 소중한 사람이다.

 

다만, 이 시대 이 사회에 있어서 필요한 사람과 필요치 않은 사람으로 구분할 수는 있으나 그러한 구분보다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것이 정녕 가치 있는 일이라 하겠다.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며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천천히 되새겨 볼 일이다.

 

  자란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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