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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의 유언

자등명자귀의 自燈明自歸依 법등명법귀의 法燈明法歸依 대반열반경에 나오는 위 구절에서 주제어(키워드)는 바로 '자귀의'이다. 그래서 '자신을 등불로 삼아 자신에게 귀의하고 타인에게 귀의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서 '법'은 진리 또는 불법 佛法이 아니라 자신의 깨달음을 뜻한다. 그래서 전체적인 뜻은, "밖이 아닌 내면을 살피고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의지하며, 자신의 깨달음을 등불로 삼아 진리를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깨달음에 의지하라."라는 게 바로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다. 석가모니도 어려서부터 29살 나이까지 궁궐에 머물 때는, 그리고 출가해서도 6년 동안은 밖에서 진리를 찾았으나 결국 실패하였으며, 길거리에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 명상을 통하여 자기 내면을 바라보다가, 보리수나무 아래..

깨달음의 서 2024.08.17

전기적 일상

전기적 일상 / 김신타 여름날 나는 선풍기를 튼 채 어싱 매트 위에다 발을 대고 충전하면서 휴대폰을 보다가 더러는 에어컨을 꿈꾸기도 한다 거리에 늘어진 전선은 사진 찍을 때마다 하늘에 까만 줄 긋고 집안에 들어온 전깃줄은 내 몸 주위를 감싸고 있다 전기 없는 세상을 사는 자연인의 삶도 있을 수 있으나 일상은 나도 모르게 전기적 세상이 되어 버렸다 밤중에도 가로등이 있고 아름다운 야경이 있으며 아궁이 불이 아니어도 따뜻한 겨울이 있다 난로에 주전자를 올려놓지 않아도 커피 포터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아도 전기밥솥에서 저녁이 익어간다

신작 詩 2024.07.25

바램과 수용

바램과 수용 / 김신타 해가 났기에 빨래를 했더니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친다 장마 비가 쏟아지던 날 저녁 처마 밑에 널어놓은 빨래 이튿날 해가 반짝 든 적도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날씨에 대해 불평하고 짜증 내는 사람이 하릴없이 어리석어 보인다 바램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가 곧 무소불위(無所不爲) 능력의 신(神)이 아닐까

신작 詩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