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2

거룩한 밤

거룩한 밤 / 김신타거 그리고 룩떼어놓고 봐도 거룩하다아무런 의미 없지만무언가 거룩한 느낌이내 안에 담겨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모든 게 거룩하다모두가 신의 창조물이고또한 신 자신이기도 하므로생각으로는그도 나도 신임을 알지만내 생각과 다른 그를때로는 미워하고그가 잘못이라고 판단한다판단을 없애야 한다고말로는 떠들면서도여전히 판단의 포로가 된다내 판단이 옳다는 생각으로언제나 되어야내 판단이 옳은 만큼그의 판단을 존중하게 될까언제쯤 웃음 띤 얼굴로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까내 생각이 옳은 만큼그의 생각도 옳으며그의 생각이 옳은 만큼내 생각도 옳으므로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닌빛과 어둠이 하나가 된파란빛과 붉은빛이 합쳐진밝은 빛으로 빛나는 나그런 나를 꿈꾸어 본다옳거나 그르지 않은선과 악이 아닌너와 나로 구분 짓지 않는..

신작 詩 2023.12.25

겨울나무

겨울나무 / 김신타 나뭇가지 사이로 전깃줄 지나가고 참새 몇 마리 앉았다 날아가는 가지만 쭉쭉 솟은 은행나무 가로수 타고 가던 자전거를 세우고 겨울에서 겨울을 보다 그 아래 관목 위 은행잎은 먼지처럼, 어쩌면 눈처럼 쌓여있고 나는 뒤따라 걸어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혹시나 택시 타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 카페 간판을 이미 지나친 것이다 잠시의 방황 끝에 도착한 낯익은 얼굴들 겨울을 감싸는 털모자와 장갑은 가방에 쑤셔 넣고 낯익은 쌍화차를 마신다 봄을 미리 가불하지 않으며 겨울 그대로 살아가고자 함이다 다만 약해지는 믿음에 반복의 힘을 주문 呪文할 뿐이다 "나는 당신 안에 살아있으며 내가 선언한 소원! 이미 이루어져 있음에 감사합니다."

신작 詩 2023.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