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겨울나무

신타나몽해 2023. 12. 8. 02:38

겨울나무 / 김신타


나뭇가지 사이로 전깃줄 지나가고
참새 몇 마리 앉았다 날아가는
가지만 쭉쭉 솟은 은행나무 가로수

타고 가던 자전거를 세우고
겨울에서 겨울을 보다

그 아래 관목 위 은행잎은 먼지처럼,
어쩌면 눈처럼 쌓여있고
나는 뒤따라 걸어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혹시나 택시 타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 카페 간판을 이미 지나친 것이다
잠시의 방황 끝에 도착한 낯익은 얼굴들
겨울을 감싸는 털모자와 장갑은 가방에 쑤셔 넣고
낯익은 쌍화차를 마신다

봄을 미리 가불하지 않으며
겨울 그대로 살아가고자 함이다
다만 약해지는 믿음에
반복의 힘을 주문 呪文할 뿐이다

"나는 당신 안에서 살아있으며
연말까지 우리가 선언한 소원!
이미 이루어짐에 감사합니다."

'신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룩한 밤  (0) 2023.12.25
11월  (0) 2023.11.05
순종  (0) 2023.11.04
둘이면서 하나인  (0) 2023.11.03
왕자와 거지  (0) 20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