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1

연모 戀慕

연모 戀慕 신타 유월 어느 날 한 해가 가는 것처럼 나는 마지막 날을 보낸다 몸통과 꼬리 남아있다 해도 머리의 마지막 날이기에 함께가 아닌 혼자서 아쉬움과 쓸쓸함 섞어 마신다 정월부터 유월까지 겨울에서 여름까지 바쁘게 때론 느슨하게 덧없이 살아온 세월 더러는 의미를 찾아 때로는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낸 시간들 능소화 져가는 시절 배롱나무 꽃 피는 계절 그리움도 사랑도 지고 또 피어나지만 담장 위에 능소화 누굴 기다리나 여전히 나는 그를 바라보는데

신작 詩 2021.06.30

능소화 지던 날

능소화 지던 날 신타 때가 되면 그리움도 그리움의 청춘도 시들해진다 강물은 언제나 강낭콩꽃처럼 푸르지 아니하며 마음 또한 양귀비꽃처럼 붉지 아니하다 강낭콩꽃처럼 푸른 물결 위에 양귀비꽃처럼 붉은 마음 흐르기를 소망하고 기도한 적 있지만 능소화 마냥 붉은 그리움 내 마음은 지고 만다 떨어져 뒹구는 곳 진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 허망한 일 아니다 살아서 빛나던 시절 지나 땅에 떨어져 초라한 모습 모두가 나의 생명이다 생명은 언제나 지금이며 지금 내 모습이기에 지금 모습 더불어 내가 소망하는 모습이기에

신작 詩 2021.06.30

자싯물 그릇

자싯물 그릇 / 김신타개수대 안에 놓여 있는 그릇 하나샤워기처럼 수돗물 틀어놓고설거지하는데 영 성가시다궁금증 참지 못하고귀촌한 펜션 주인에게 물으니자싯물 그릇이란다사전에는 개숫물의 강원 평안 함경 지역 방언이라 하므로 고향을 물으니 충북 청주란다내 고향도 충남 부여이건만어려서 들어본 기억이 난다말에서 골동품 향기가 느껴진다이젠 자싯물이 친근하다세제로 닦아두었다가자싯물 그릇에 쓸어 넣은 다음흐르는 수돗물에다가마지막 설거지 마치면물도 시간도 절약되는 것 같다

신작 詩 2021.06.25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신타 연한 살구색 긴 망사 치마 안에 짙은 색 무릎치마를 받쳐입은 보일 듯 말 듯한 신선함에 정숙함이 겹쳐 보이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스쳐 지나간다 글로써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몇 칸을 건너 드디어 그녀를 발견하고는 비어있는 옆자리에 앉는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자리에 앉은 치마에는 이제 신선함도 정숙함도 아름다움도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아침이다 춘향골 남원으로 가기 위하여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린 그림

신작 詩 2021.06.20

세월의 가려움

세월의 가려움 신타 발바닥이 가려워 새시 문틀에 대고 긁으니 그러지 않아도 닿으면 간지러운 곳인데 발바닥 가운데 용천혈쯤 되는 거기 등처럼 시원한 게 아니라 간지러움에 아찔하다 세월이 머리에서 등을 지나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걸까 그러고 보니 목덜미도 가렵고 사타구니도 가끔 가려웠던 기억 온몸에 쌓인 세월의 더께가 벗겨지고 있는 것인지도, 영혼이 다시금 맑아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신작 詩 2021.06.14

인형 옷 입히기

인형 옷 입히기 신타 나는 사랑스러운 몸을 타고 내 몸은 자전거를 탄 채 바짓가랑이 실밥 터진 옷을 수선하러 간다 속옷이나 고샅이 보여도 인형 같은 내 몸은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는 남들 앞에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내 몸 구석구석 눈이 있고 귀가 있어도 안경이 풍경을 볼 수 없고 보청기가 소리를 들을 수 없음이다 안경을 통하여 보는 것이듯 눈을 통해서 내가 보는 것이며 보청기를 통하여 듣는 것이듯 귀를 통해서 내가 듣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내 몸은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다 가끔은 뛸 듯이 기분이 좋고 때로는 손끝 하나 움직이기 싫은 기분에 살고 감정에 죽는 내 몸에 입힐 옷을 수선하러 자전거 타고 가는 몸과 더불어 내가 길을 기억하며 간다

신작 詩 2021.06.14